성경 독서는 이미 기도 행위
회(會)수도생활의 창시자인 파코미우스(St. Pachomius, 292~346) 성인은 수도생활 안에서 언제나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특별히 수도원에 입회하려는 지원자들에게 하느님 말씀에 대한 암기력을 시험하였다.
즉 시편 20개와 서간 2~3개를 주어 암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만약 누가 성경을 읽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는 수도원 안에 결코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고하였다.
파코미우스 성인의 수도 공동체인 코이노니아(Koinonia)에서 성경은 수도자들의 실천적인 규율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성생활에 있어 근본적인 영감을 주었던 일차적인 원천이었다.
성경은 수도자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으며 그들을 안전하게 하느님께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파코미우스 공동체 안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성경에 대한 중요성이 그 이후에 나타난 동방과 서방의 여러 수도 규칙서들 안에서는 그만큼 강조되고 있지 않다.
카파도키아의 3대 교부 중의 한 분인 바실리우스(St. Basilius, 329~379) 성인은 우리의 생활에 있어 성경이 여러 가지 조언들과 축복받는 삶의 길(에페 2,4 참조)을 제시하기 때문에 성경 독서를 하느님을 발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누구든지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도움을 받으려면, 그 안에 철저히 머물며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동방의 풍부한 수도 전통을 서방에 알려준 요한 카시아누스(Joannes Cassianus, 365~433)에게도 성경은 매우 중요하였다.
저서 「담화집(The Conferences)」 제14권에서 카시아누스는 영적 지혜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데, 그러한 지혜는 말할 것도 없이 모두 하느님 말씀으로부터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생활 한가운데에 무엇보다도 성경이 놓여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us, 354~430) 성인은 암브로시우스 성인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마니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고향인 북아프리카의 타가스테에로 가서 그의 친구 알리피우스와 함께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후에 히포의 주교로 피선되었다. 그는 성경 독서가 기도를 준비시켜 주며, 또한 그것은 이미 기도 행위 자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성경 독서 중에 하느님은 이미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시며 동시에 우리는 기도 안에서 그분께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성경 독서를 위해 따로 떼어진 여유로운 시간(seposita tempora)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이와 같이 수도자들에게 중요시되었던 성경 독서는 이제 아우구스티누스나 펠라기우스(Pelagius, 350~425)에 의해서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수도원 일과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특히 펠라기우스는 데메트리아스(Demetrias)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밤낮으로 주님의 법을 되새겨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을, 다시 말해 하루의 제3시(오전 9시 정도)가 될 때까지 영혼은 매일 수행해야 할 영적 싸움으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 후에 여러 수도원에서는 적어도 그 날의 중간이나 끝에 최소한 2~3시간을 성경 독서를 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여 기도와 일과 성경 독서를 큰 축으로 하는 수도자들의 일과표가 형성되게 되었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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