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형식장애에 있는 신자가 영성체를 하려면? (이미지 출처 = Pixabay) |
중년이 다 되어 가는 프란치스코라는 청년과 그의 여사친*이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내심 드디어 프란치스코가 결혼을 하려나....?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질 않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에 과거지사가 더해지더니 학창시절 성당 다니던 추억담이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프란치스코의 여사친도 베로니카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자라는 것과 그 둘이 성당 친구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니 더 잘됐네 싶었는데, 베로니카가 돌싱**이며 아이를 둘 키우는 직업여성이란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쯤되니까 프란치스코가 베로니카에게 어떤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친구로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둘이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고 일 때문에라도 종종 만난다고 하니 두고 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베로니카가 결혼 이후에 오랫동안 냉담을 이어 왔고, 이제는 그 냉담을 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었죠. 베로니카는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청년들이 흔히들 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즉, 혼인성사를 하지 않고 예식장에서 그냥 사회혼으로 결혼을 했던 겁니다. 그 사이에 자녀를 둘 낳았고, 사회법상 이혼을 하고는 홀로 씩씩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었습니다.
베로니카는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통한 성사혼을 하지 않았기에 그 순간부터 혼인형식장애(요즘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조당"이란 말을 많이 썼습니다)에 걸려 있습니다.
베로니카가 오랜 냉담을 풀고 영성체를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고 싶어서 교회법 전공 선배 신부님께 문의를 했습니다.
일단 성사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법원에 혼인무효신청을 할 필요는 없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교회는 이런 경우를 혼인 전에 소위 사랑의 불장난을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교회에서 형식을 갖춰서 결혼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있는데 그래도 되냐고요?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으니 칭찬해 줄 일이고, 교회는 베로니카가 결혼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니 미혼모인 셈입니다.
이제 베로니카가 해야 할 일은 본당 사제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본당 사제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냉담을 풀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전개될 신앙생활에 관한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는 본당 사제를 통해 받을 수 있겠습니다.
사족: 고해성사를 하는데 꼭 본당 사제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겠나? 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혼인과 관계된 사안이라 그렇게 하라고 권해 드립니다.
실제로 신앙생활을 할 터전이며 거리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본당 사목자로부터 그만큼 조언을 구하기 수월합니다.
*여사친: “여자 사람 친구"의 줄임말. 여자친구를 뜻하는 여친이 애인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여사친은 친구의 의미가 강합니다.
**돌싱: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즉, 부부생활을 하던 이가 이혼하여 다시 싱글이 된 이를 일컫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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