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코로나-19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해도 한국 사회는 시민들이 적절히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 신종 바이러스와 나름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록 신자들이 모여 함께 성대한 부활 전례를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신앙을 확인하는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언제보다도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이들을 잊지 마시고, 이런 이웃을 돕는 방법들을 교회 공동체가 모색해 본다면 사회에 던지는 부활의 기쁨이 훨씬 의미심장해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부활 이전의 예수님과 부활 이후의 예수님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존재인가에 대해 던진 한 형제의 질문에 저도 나름대로의 답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예수님을 성자, 곧 인간이 되신 하느님으로 고백합니다. 본질적으로 신성을 지니신 존재가 신성을 버리고 인성을 취하신 것이 아니라 신성과 “더불어” 인성을 취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상의 삶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교육받으셨죠. 그리고 진정 인간의 삶을 살고자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춰 말과 행동을 다르게 가져가지 않는 삶을 살아가심으로써 참된 인간의 전형을 마련하셨습니다.
이런 삶을 사셨던 분이 아무런 죄도 없는데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십자가에 달려 수치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고통을 겪고 죽음에 이른 이분은 죽도록 신성을 택하지 않고 인성을 취하여 당신이 인간이셨음을 알렸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이미지 출처 = Piqsels) |
자, 그런데 부활하신 분을 생각하자니 여전히 인성이 남아 있는가란 질문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
부활 이후에 절친들도 언뜻 이분을 못 알아보는 것 같고, 닫힌 공간에 갑자기 나타나시기도 하고, 함께 있다가 순간 사라지는 양상으로 봐서는 굉장히 낯선 모습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인성을 버리고 신성만 취하셨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외적 분위기는 좀 변했을지언정, 그분의 목소리는 그대로인 듯하고, 제자들에게 숨을 내쉬시고, 함께 아침을 드시는 모습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분의 제자들은 이분이 주님이시라는 의심치 못할 강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활 이후의 예수님은 여전히 신성은 물론 인성도 취하고 계시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부활 전에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인성일 뿐입니다.
제가 보기에 예수님께서 인성을 버리신 시점은 승천하여 성부의 오른편에 앉게 되셨을 때입니다. 일단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에 오르신 것만 봐도 그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예수님의 승천은 하느님께서 끌어올린 것이니 예수님은 여전히 인성을 안 버리셨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하느님 곁으로 가신 분들은 신이 된 분들이니까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지상에서 살았던 모습일 뿐이고 그것을 통해 인성을 확인합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확인말입니다.
부활을 함께 기뻐해야 할 우리도 부활을 통해 확실히 신성을 취하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그때에 내가 인간이었음을 알려주는 표지가 예수님의 손과 발, 옆구리에 나 있는 상처처럼 내가 삶을 통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상흔이 되겠습니다.
지금은 고통의 기억이지만 그때에는 격려와 위로로 보이겠지요.
그러니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생겨나는 상처를 감싸주고 격려와 위로를 보태는 행위는 우리가 함께 부활을 선취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이레네오 성인이 말했듯이,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이 하느님이 되라는 뜻”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되어 가는 과정은 예수님께서 지상의 삶에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안에 숨겨진 그리스도의 모습을 키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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