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질문이 이런가 하신 분들도 계시겠군요. 오늘의 질문은 묵주기도하며 한 단의 끝에 등장하는 구원을 비는 기도(구원송)와 관련된 것입니다. 가톨릭의 주요기도문을 모아 둔 "가톨릭 기도서"(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는 구원을 비는 기도를 다음과 같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구원을 비는 기도(구원송)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그러니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부분에서 “시며”라고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가톨릭 기도서"에 수록된 문구로 하지 않고 예전에 바치던 익숙한 문구인 “시되”라고 바치시는 분들이 여전히 계신 듯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서는 기도문이 통일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번역에서도 석연치 않은 면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구원을 비는 기도를 묵주기도 할 때 반드시 바쳐야 한다는 규정도 없습니다.
구원을 비는 기도는 파티마에서 발현한 성모님이 바치라고 권고하신 기도문이지만 바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문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통일안이 제시됐습니다.
신자들은 제대로 번역된 기도문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성모님의 권고에 의한 것이니만큼 바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간단 정리하자면, 안내가 좀 더 명확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묵주. (이미지 출처 = Pixabay) |
우선, 라틴어와 영어로 구원을 비는 기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틴어
O mi Iesu, dimitte nobis debita nostra, libera nos ab igne inferni, conduc in caelum omnes animas, praesertim illas quae maxime indigent misericordia tua. (Amen.)
영어
O my Jesus, forgive us our sins, save us from the fires of hell, lead all souls to Heaven, especially those in most need of Your mercy. Amen.
직역해 보면, “오 나의 예수님, 우리의 죄들을 용서하시고, 지옥의 불들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모든 (이들의)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시고, 특별히 당신의 자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영혼들(을 인도하소서). 아멘”이 되겠습니다.
우리말 기도문의 연옥 영혼이나 가장 버림받은 영혼이란 말은 나오질 않습니다. 즉, 우리의 구원송은 매우 심하게 의역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해 달라는 청원에 “특별히”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영혼을 이끌어 주시길 청하는 내용이 덧붙여진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가 낫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너무 과한 의역 대신 본 내용을 제대로 잘 살려서 정리된 기도문을 기대하게 됩니다.
참고로 예전에 구원송에 관하여 다뤘던 본지의 기사를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해 드려요. “‘구원송’에 대한 주교회의 결정, 번역상 문제 그대로 덮어버려”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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