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니? 뜬금없이 뭔 말이지?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높다는 의미는 서열에서 앞선다는 뜻입니다.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대축일이 더 성대해 보이니 주일보다는 대축일이 높겠죠.
실제로 "전례일의 등급과 순위표"에는 전례일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매일미사' 참조) 그리고 각 등급 안에서도 순위가 정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기념되는 1등급 전례일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날들이 있네요.
1) 주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
2) 예수 성탄, 주님 공현, 주님 승천, 성령 강림. 대림 시기, 사순 시기, 부활 시기의 주일. 재의 수요일, 성주간 월-목요일, 부활 팔일 축제
3) 보편 전례력에 들어 있는 주님과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의 대축일, 위령의 날
4) 대축일 - 지역 또는 국가의 수호자 대축일, 그 성당의 봉헌일과 봉헌 주년 대축일, 그 성당 주보 대축일, 수도회의 주보 대축일, 창설자 대축일, 주요 수호자 대축일
이렇게 열거된 전례일에는 "대축일"이란 말을 붙일 수 있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나 '재의 수요일'같이 실제로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고 해도 중요성에서 그만큼 무게감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등급에 5) 보편전례력에 들어 있는 주님의 축일, 6) 성탄시기와 연중시기의 주일이 이어집니다. 7) 보편 전례력에 들어 있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의 축일 8) 고유축일이 다음 서열에 위치하고요.
잘 보면 같은 주일이라도 전례시기에 따라 우열이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활 시기의 주일과 성탄시기나 연중시기의 주일이 중요성에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죠.
이런 기준은 전례일과 관련하여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해 줍니다. 예를 들어 연중시기의 주일과 성모 승천 대축일이 겹칠 때 기준에 따르면 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대축일이 연중시기의 주일보다 등급이 높기에 성모 승천 대축일 전례를 따라가면 됩니다.
미사 거행하는 모습. ©정현진 기자 |
앞서 말씀드린 전례일의 등급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해석은 “전례일이 서로 겹치는 때”에 관한 규정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매일미사” 참조).
- 같은 날 여러 전례 거행이 겹치면, 위에 제시한 전례일의 등급 순위에 따라 등급이 더 높은 축제를 지낸다.(전례력 규범 60항) 대축일을 순위가 더 높은 다른 전례일 때문에 지낼 수 없으면, (위에 언급한) 전례일의 등급 순위 1-8항에 해당되지 않는 가까운 날로 옮겨 지내며, 그해의 축일과 기념일은 없어진다
- 주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대축일과 주님의 축일에만 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대림 시기, 사순 시기, 부활 시기의 주일은 모든 주님의 축일과 모든 대축일보다 앞선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나 예수 부활 대축일이 아닌 이런 주일에 오는 대축일들은 뒤따르는 월요일로 옮겨 지낸다.(전례력 규범 5항) 토요일에도 지내지 못하는 때에는 일반 규범에 따라 자유로이 가까운 날로 옮긴다.(전례력 규범 1항 참조) 다만,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 성주간 어떤 날에 올 때에는 언제나 부활 제2주일 다음 월요일로 옮겨 지낸다. 다른 전례 거행들은 그해에는 없어진다.
-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성인들의 축일과 기념일이 주일에 오면 그해에는 그냥 없어진다.(전례력 규범 60항)
같은 날에 그날의 저녁 기도와 다음 날의 제1 저녁 기도가 겹치는 경우에는, 전례일의 등급 순위에 따라 더 높은 등급의 저녁 기도를 바친다. 등급이 같으면 그날 저녁기도를 바친다.(전례력 규범 61항)
독자 분들이 구분하셔야 할 것은, 대축일과 축일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례일이 겹치는 때"의 규정에서 3항에 나오는 제1저녁기도는 성무일도(시간경)를 바칠 때 어떤 기도를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안내입니다.
'아... 복잡해' 하며 머리가 아프다 생각이 드는 분들은 그냥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발간되는 '매일미사'를 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솔직히 저희 공동체도 구독하고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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