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참여자 일치 이루고 거룩한 성찬례 준비하는 ‘시작 예식’
▲ 미사의 시작 예식은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미사를 거룩하고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준비하는 예식이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나처음: 미사가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변형됐다는 게 흥미로워요. 미사에 3가지 양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빨리 알려주세요.
라파엘 신부: 정확히 표현하면 미사의 시작 예식 3가지 양식이야. 미사의 시작 예식은 입당-인사(제대 인사, 십자성호, 회중 인사)-참회-자비송-대영광송-본기도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 예식은 말 그대로 미사 전례를 시작하는 예식이야.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미사를 거룩하고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준비하는 예식이란다. 바로 시작, 친교, 인도, 준비가 이 예식의 역할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여러 역사책을 읽어보면 그리스도교는 신앙의 자유를 얻은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 이전과 이후 시대로 구분된다는 데 미사의 역사도 마찬가지인가요?
라파엘 신부: 물론이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는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켜가던 ‘지하 교회’ 시대를 마무리하고, 땅 위에 성당을 짓고,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지상 교회’ 시대를 열었지. 신자 수도 급격하게 늘었고, 교회의 틀을 정비하게 되었지.
나처음: 상식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부터 미사 예식도 급속히 발전되었겠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박해 시대 때에는 지금처럼 미사 시작 때 입당 예식이 없었겠지. 박해자들이 언제 자신들을 잡으러 올지 모르니 미사도 간단하게 진행되었지. 그래서 초세기부터 3세기까지 미사는 ‘독서’로 시작했단다. 신앙의 자유를 얻어 지상에 교회가 세워진 4세기부터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긴 행렬을 지어 성당에 들어가고, 사제들이 제대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등 차츰 미사 시작 예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지.
조언해: 그럼 시작 예식이 너무 다양하게 발전해서 3가지 양식으로 나뉜 것인가요?
라파엘 신부: 신앙의 자유를 얻은 교회는 지역 교회별로 다양한 전례 양식을 발전시켜 갔단다. 밀라노 지역에서는 암브로시오 전례가, 프랑스 지역에서는 갈리아 전례가 발전했지. 그러다 16세기에 들어 개신교가 교회에서 갈라져 나가자 교회는 트리엔트공의회를 개최해 쇄신을 단행했지. 그중 하나가 다양한 미사 예식을 표준 양식으로 정비하는 것이었어. 그래서 탄생한 것이 비오 5세 교황의 「로마 미사 전례서」였지.
그러나 이 미사 전례서도 예식의 구조나 내용을 완전히 정비하지 못했지. 예식의 의미와 기능이 뚜렷하지 않아 시작 예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전례 개혁을 통해 현행 미사 전례로 정비한 것이지.
나처음: 어! 그러면 미사 시작 예식은 현대에 들어서 정착된 거네요.
조언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2년에 열려 1965년에 폐막했으니 불과 55년 전부터 미사가 이렇게 거행됐다고요?
라파엘 신부: 그럼. 현행 미사의 시작 예식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에 따라 도입된 예식이란다. 여기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단다. 현행 미사 시작 예식은 첫째, 구조가 단순하면서 조직적으로 편성돼 있단다. 그리고 둘째, 공적인 행사를 시작하는 예식으로서의 특징과 역할이 뚜렷하지. 셋째로 말씀 전례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면서도 독자적 특성을 지니고 있단다. 그래서 미사 전에 다른 예식이 있거나 시작 예식을 다른 예식과 함께 거행할 경우 인사와 참회 등 예식의 일부 부분을 생략해.
나처음: 점점 흥미로워요. 얼른 시작 예식의 세 가지 양식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라파엘 신부: 먼저 ‘인사’의 세 가지 양식인데 모두 초대 교회의 관습에 따라 성경에서 따온 인사란다. 주님의 현존과 주님의 구원 은총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단다.
제1양식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는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두 번째 서간 13,13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이란다. 이 인사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내리시는 은총과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그러한 은총과 사랑을 실현하시는 성령께서 베푸시는 친교의 힘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길 기원한다는 뜻이란다.
조언해: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가 제2양식이군요.
라파엘 신부: 그렇단다. 이 인사 역시 바오로 사도의 서간 서두(로마 1,7; 1코린 1,2; 2코린 1,2; 갈라 1,3 참조)에 나오는 초대 교회의 전형적인 인사란다. 사실 이 인사는 유다인들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는 평화의 인사인데 여기에 그리스도의 구원 의미를 덧붙여 그리스도교 인사로 발전시킨 것이지.
나처음: 그럼 3양식은 뭐예요.
조언해: 가장 많이 하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아니겠니?
라파엘 신부: 맞단다. 이 인사는 신·구약 성경에 자주 나오는 인사(판관 6,12; 룻 2,4; 1열왕 17,37; 루카 1,28; 2테살 3,16)로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전례 인사란다. 현행 미사 통상문에도 네 번이나 나오고 있지. 이 인사는 주님과 한 몸을 이루고 그분과 함께 살고 있으며, 주님과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 그래서 짧은 인사말이지만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인사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사제의 이러한 인사에 회중들이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화답하는데 이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라파엘 신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는 라틴말 “Et cum Spiritu tuo”(엣 쿰 스피리투 투오,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를 의역한 말인데, 여기서 영은 사제나 부제품을 받을 때에 안수를 통해 받은 성령을 일컫는단다. 서품을 통해 하느님의 성령을 받은 교회의 봉사자들에게 하는 인사말이지.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직자들에게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권을 부여하고 있고, 이에 대한 화답인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도 오직 성직자들에게만 한단다. 부제에게는 “또한 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해야 해.
조언해: 참회 부분도 세 가지 양식이 있는데 설명해 주세요.
라파엘 신부: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하는 제1양식은 라틴어 첫 단어를 따서 ‘Confiteor’(콘피테오르)라고 해. 이 고백문은 중세 초기 교황이 미사 직전에 바치던 개인기도였는데 16세기 비오 5세 교황의 「로마 미사 전례서」에 도입됐단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제2양식은 요엘 2,17과 시편 85,8에서 발췌한 고백문이란다. 이 고백문은 흔히 제1양식의 축소 경문이라고 하는데,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자비를 청하는 훌륭한 기도문이란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제3양식은 ‘자비송’과 연결된 기도문으로 호칭 기도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호칭의 대상은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리스도님’ ‘성부 오른편에 중재자로 계신 주님’이지만 세 번 다 모두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임을 알 수 있지. 첫 번째 ‘진심으로…’는 루카 4,18-18을, 두 번째 ‘죄인을 부르러 오신…’은 마태 9, 13을, 세 번째 ‘성부 오른편…’은 요한 16,26-28의 말씀을 그대로 옮겼거나 상기하는 말씀이란다. 다음번에는 ‘대영광송’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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