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말씀과 공동체의 기도로 구성된 전례
▲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은 성경에서 뽑은 독서들과 그사이에 오는 노래로 이뤄져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나처음: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입당하는 것에서부터 인사하고, 참회한 후 자비송과 대영광송, 본기도를 바치는 것까지가 미사의 시작 예식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다음부터가 미사의 본 예식인가요.
조언해: 맞아. 시작 예식이 책의 서론이라면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가 본문이고, 마침 예식이 맺는 글이지. 신부님, 제가 교리 시간에 배우기에는 지금 우리가 하는 미사의 말씀 전례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명칭과 구조, 집전 장소, 내용 등 대부분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맞죠?
라파엘 신부: 그래. 말씀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말로 구성된 전례를 의미해요.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은 성경에서 뽑은 독서들과 그사이에 오는 노래로 이루어져 있단다. 이어지는 강론과 신앙 고백, 보편 지향 기도로 말씀 전례는 끝맺지.
말씀 전례를 이해하거나 참여할 때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말씀’이 단지 독서, 복음, 강론 등 하느님의 말씀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야. 화답송, 복음 환호송, 신앙 고백, 보편 지향 기도 등 공동체의 노래와 기도도 중요한 말씀이란다. 그래서 말씀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말과 기도로 구성된 전례임을 잊지 말아야 해.
나처음: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말이 말씀의 전례 안에 담겨 있다면 성경 대신 신자들에게 유익한 글이나 감동적인 시를 읽어도 되나요?
조언해: 처음이 넌, 가끔 ‘캠린이’(캠핑과 어린이 합성어, 캠핑 초보를 뜻함) 같은 소리를 하더라. 나랑 함께 그렇게 성당에 다녔어도. 말씀 전례의 핵심은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 잘 듣고 묵상해서 그 말씀에 대해 감사와 찬미를 기도로 드러내는 시간이 바로 말씀 전례야. 그래서 말씀 전례 때 하느님의 말씀을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거야.
라파엘 신부: 미사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념하는 가톨릭교회의 공식 제사란다. 미사를 봉헌하는 가운데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신 구원 사업을 찬미하고 나아가 우리 또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른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임을 다짐하지.
따라서 우리의 청을 드리는 것보다, 우리의 인간적인 감동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미사 중에 하느님 말씀인 성경 대신 다른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야. 만일 신자들끼리 인간적인 나눔을 원한다면 미사에서가 아니라 다른 기회를 찾아야 할 거야. 미사는 결코 인간끼리의 친교에만 초점을 맞춘 잔치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
조언해: 교회 안에서 성경이 봉독될 때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며,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신다고 배웠어요.
라파엘 신부: 그래 아주 잘 알고 있구나. 말씀 전례 중 봉독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시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우리는 그 말씀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단다. 그래서 독서자와 부제와 사제가 하느님 말씀을 봉독할 때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성경 내용을 따라 읽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조언해: 그래서 교회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선포하는 공동체’라고 하잖아요.
라파엘 신부: 그래! 오늘 언해가 교리교사의 참모습을 보여주는구나. 교회는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지 않고 복음으로 살아가며, 복음으로부터 언제나 새로이 자신의 여정을 위한 방향을 찾아내지. 그래서 교회를 ‘말씀의 집’이라고 표현해. 무엇보다 거룩한 전례 중에 가장 주의 깊게 하느님 말씀을 들어야 해.
좀 전에도 말했듯이 전례는 하느님께서 현재 우리 삶 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듣고 응답하는 당신 백성에게 오늘 말씀하시는 장소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미사 독서 목록 지침」은 “전례 거행은 바로 하느님 말씀의 지속적이고 충만하고 효과적인 선포가 됩니다. 그러므로 전례에서 끊임없이 제시되는 하느님 말씀은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살아 있고 힘 있는 말씀이 되며,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냅니다”(4항)라고 가르친단다.
나처음: 말씀 전례는 성찬례처럼 처음부터 미사 때 도입되었나요?
라파엘 신부: 좋은 질문이야. 주님의 제자들인 사도들이 이끈 초세기 교회 때나 사도들의 제자들인 교부 시대 미사 때에 성찬 전례 앞에 말씀 전례가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고 있진 않단다. 신약성경에 그 흔적은 보이지만 직접적인 자료는 없어요.
루카 복음 24장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의 이야기’(13-35)가 그 가능성에 대해 증언하고 있지. 내용을 보면, 먼저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모세와 예언자들의 기록에서부터 시작해 성경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설명해 주시지. 이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지. 우리는 여기서 이 이야기 구조가 미사의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형식을 띠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
나처음: 흥미롭네요. 다른 예는 없나요.
라파엘 신부: 바오로 사도께서 트로아스에서 주간 첫날에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던 장면(사도 20,7-12)에서 확인할 수 있단다. 바오로 사도께서 자정까지 밤이 깊도록 신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빵을 나누고 다시금 날이 밝기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는 증언인데 여기서 대화 부분은 말씀 전례에, 빵 나눔은 성찬 전례에 해당한다고 전례 학자들은 보고 있지. 그러나 이 두 가지 예형 모두 어디까지나 말씀 전례의 가능성만 제시할 뿐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해요.
조언해: 그러면 말씀 전례가 미사 중에 도입된 직접적인 기록은 언제부터 나타나죠.
라파엘 신부: 말씀 전례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문헌은 155년께 쓰인 유스티노 순교자의 「호교론」이란다. 유스티노는 이 책에서 “해의 날(주일)에 도시와 시골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사도들의 회상록이나 예언자들의 저서가 낭독된다.
독서자가 독서를 마치면 주례가 이 훌륭한 가르침을 본받도록 훈계하고 격려한다. 그다음에 우리는 모두 일어나서 기도를 올린다”고 밝히고 있지. 성찬 전례 앞에 거행된 이 예식은 오늘날 말씀 전례와 거의 비슷하게 독서, 강론, 보편 지향 기도로 구성되어 있어. 아마도 사도들의 회상록은 현재의 신약성경을, 예언자들의 저서는 구약성경을 일컫는다고 봐야겠지.
조언해: 아! 신부님, 이제 생각났어요. 옛날에 예비 신자들은 말씀 전례까지만 참여하고 성찬 전례를 참례할 수 없어서 영성체를 인육을 먹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박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라파엘 신부: 우리나라 신앙 선조들도 그런 오해로 박해를 받았지. 그래서 과거에는 말씀 전례를 ‘예비 미사’ 또는 ‘예비 신자 미사’라고 부르기도 했지. 이 말은 미사의 본 부분인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부분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어. 그래서 옛 신자들은 성찬 전례를 ‘본 미사’ ‘신자 미사’라고 불렀단다.
말씀 전례라는 말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미사 경본이나 다른 전례서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단다. 그만큼 하느님 말씀에 대한 인식이 오늘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할 수 있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한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관해선 나중에 한 번 꼭 이야기해 주마.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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