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0년 11월 27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dariaofs 2020. 11. 27. 06:01

오늘 미사의 말씀은 연중 제34주간 미사의 독서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펼쳐진 종말의 모습에 행복한 반전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카 21,31)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기쁜 소식이지요. 이미 시작되어 완성을 향해 가는 하느님 나라는, 육안으로 선명히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마지막 때에 벌어질 천재지변이나 전쟁, 박해와 죽음은 두렵기 짝이 없지만,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이라면 견딜 가치가 충분히 있지요.

새벽 빛이 떠오르기 전이 가장 어둡고, 정상에 오르기 직전이 가장 숨가쁜 것처럼 하느님 나라도 이젠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은 한계를 인내와 희생으로 넘어설 때 맞이하게 될 축복입니다. 그 희열과 행복이 우리를 견디게 하고 살게 하지요.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묵시 21,1)

묵시록 저자는 세상을 헤집고 오염시킨 온갖 악의 실체들이 주님의 힘으로 하나둘 무너지고 스러지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눈 앞에 새 하늘과 새 땅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새로움은 적당히 고치고 덧붙인 변형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과 추측의 가능태를 뛰어넘는 완전한 새로움입니다.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처럼 차리고 하늘로부터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묵시 21,2)

적들에게 포위되어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예루살렘의 치욕과 수치가 주님의 신부 자리를 되찾아 아름답게 변모됩니다. 이제 새 예루살렘은 다른 우상이나 재물, 권력이 아니라 오직 신랑이신 주님만을 위해 단장하게 될 것입니다. 본래의 모습대로 정결한 주님의 신부로 거듭나 거룩하게 빛날 것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화답송)

새 예루살렘이 하느님에게서 내려와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습니다. 신랑은 신부인 새 예루살렘을 따라 이 지상에 거처하시지요. 하느님의 나라는 그분께서 현존하시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분께서 통치하시는 나라입니다. 아직 미완이지만 이미 우리 가운데 현존하고 있는 신비입니다.

종말은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공평한 미래입니다. 그 전에 우리는 저마다
"자기 행실에 따라"(묵시 20,12.13) 사랑의 심판을 받게 되겠지요. 우리 마음이 자연의 소소한 변화에도 놀라고 들뜨듯이, 두려움을 치우고 설렘과 기쁨으로 하느님 나라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죽음 뒤에 이어질 부활, 새 생명의 축복을 고대하며 우리 영혼이 아름답고 성숙하게 영글어 가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전례력으로 새해가 열리기 전, 마지막 시기를 보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각자의 삶 안에 알알이 들어와 박힌 고통과 슬픔의 보석들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새 희망을 꿈꾸어 보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우리 안에서 완성되어 가는 중이니, 실망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기쁨의 채비를 차리며 주님의 날을 기다립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바로 저 너머에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