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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음화] 신임 군종교구장에 임명된 서상범 주교

dariaofs 2021. 2. 8. 00:24

26년 군 사목 다양한 경험 쌓아… 군종교구 새 목자로 적임자

 

▲ 군종교구 총대리 시절 육군사관학교 졸업 미사에서 생도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서상범 주교.


주교 임명 발표 순간

“갑자기 왜 나타나서 있나 궁금하실 텐데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대치동본당 서상범 티토 신부님을 군종교구장으로 임명하셨습니다.”

2일 오후 8시, 서울 대치동성당에서 마이크를 잡은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서상범 주교의 탄생을 이렇게 알렸다. 그러자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박수소리가 성전 안을 가득 메웠다.


▲ 새 군종교구장 임명 발표 후 서상범 주교 임명자에게 손희송 주교가 꽃바구니를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손 주교는 “훌륭한 신부를 다른 교구로 보내는 게 아쉽고 본당도 주임 신부를 보내야 한다니 아쉬울 것”이라며 “하지만 훌륭한 분을 우리만 이렇게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하도록 보내야 의미가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군종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가 서상범 주교를 군종교구로 모시게 됐다는 걸 알렸다. 이 신부는 “훌륭한 본당 신부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교우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은 있지만, 저희 교구로서는 군 사목에 많은 경험이 있으신 새 주교님을 모시게 되어서 기쁘다”며 “대치동본당 교우들께서 많은 기도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상범 주교는 신자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다짐을 밝혔다. 서 주교는 “이번에 가면 병사, 군종신부, 총대리에 이어 네 번째로 군대에 가는 것”이라며 “꿈에도 그리던 본당 신부로 왔는데 5년은커녕 3년도 못 채우고 간다는 게 굉장히 아쉽지만, 할 것 다하고 하느님이 맛보기를 원 없이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26년 몸담았던 데를 또 가는 것은 하느님 뜻이 있으리라 믿는다”며 “하느님의 은총, 축복, 지혜를 주셔서 맡겨주신 소임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고 말했다.

미사 참여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서상범 신부의 주교 임명을 축하했다. 대치동본당 사목회 이병규(프란치스코) 총무는 “서 신부님이 군종교구 주교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훌륭한 주교님이 되시길 하느님께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외조카 임석현(다니엘)씨는 “조카로서 주교님이 되신 게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맡으신 소임이 굉장히 힘이 드실 것인 만큼 항상 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대치동본당에서 함께 사목한 이계월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정말 아쉽지만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가시는 신부님을 위해서 축하하고 기도드린다”며 “정말 훌륭한 주교님이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 이튿날인 3일 서상범 주교는 서울 용산구 군종교구청에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를 만나 인사하고, 기쁨을 나눴다. 함께한 군종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와 교구 대표 사제단, 군종교구 공군 평협 박인호(라우렌시오, 중장) 부회장과 교구청 직원들은 박수로 새 주교를 맞았다.

서 주교는 유 주교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교구청 직원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서 주교는 곧장 국군중앙주교좌성당에서 짧은 기도를 바친 뒤, 군종교구청에서 교구 참사회의에 참석해 사제들과 교구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 주교는 “임명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군 복음화를 위해서도 큰 힘을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서 주교가 “선임 주교님만큼 잘해야 하는데 걱정도 든다”고 하자, 유 주교는 “기도로 늘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 동티모르에 UN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서상범(오른쪽) 주교가 UN 헬리콥터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서상범 주교가 아버지 서성용씨와 어머니 봉병옥씨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있다.

 

▲ 서상범 주교는 1968년 1월 30일 첫영성체를 했다. 서상범 주교 제공


서상범 주교 임명자는?

서상범 주교는 1961년 2월 6일 아버지 서성용(안드레아, 2018년 선종), 어머니 봉병옥(아녜스, 2007년 선종) 사이에서 2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본당 총회장을 지내는 등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신앙심이 깊은 분들이었다. 서상범 주교의 형도 신부다. 서 주교는 어려서부터 세상에서 되고 싶은 게 신부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복사를 했고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1976년 소신학교(성신고등학교)를 거쳐 1979년 대신학교(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고 1988년 2월 12일 사제품을 받았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보건정책실장 이경상 신부, 둔촌동 주임 이기헌 신부, 수락산본당 이대영 신부, 홍근표 신부(연수) 등이 동기다. 동기 중 4명이 군종신부가 됐다. 이들은 “딱 4년만 멋지게 살고 돌아오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서 신부는 4년이 아닌 무려 22년을 복무했다.

서상범 주교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경력이 동티모르에 파병됐던 평화유지군 ‘상록수부대’에서의 활동이다. 한국군의 동티모르 파병은 베트남전 이후 첫 해외파병이었다. 서상범 신부는 상록수부대 1진 군종장교로 파병돼 1999년 10월부터 10개월 동안 복무했다. 가톨릭신자가 대부분인 현지 주민을 위해 한국에서 후원을 받아 의복과 학용품 등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사목활동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육군 군종장교로 복무하면서 군 부적응자나 자살 우려자들을 위해 육군이 운영하는 ‘비전 캠프’를 맡은 것도 눈길을 끈다. 비전 캠프는 부대 부적응 사병들과 만나 면담과 심리테스트, 운동, 목욕 등을 함께하며 교감을 이루는 일종의 ‘치유 프로그램’이다. 서 주교는 3박 4일간 이들과 함께하면서 이른바 관심 병사들이 부대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군종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는 ‘병사세례본당’을 통해 민간 교구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병사세례본당은 병사 영세자들이 군(軍)본당에서 세례를 받으면 교적을 바로 생성해 군종교구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병사세례본당이 운용된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민간 교구로 교적이 전출된 병사세례자는 1만 3847명에 달할 정도로 뚜렷한 성과를 냈다.

이밖에 서 주교는 자선(慈善)과 일치(一致)를 추구하는 ‘콜럼버스 기사단’(Knihts of Columbus)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 콜럼버스 기사단은 미국과 필리핀, 멕시코, 폴란드, 한국 등 전 세계에 18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 신심봉사단체다.



이상도ㆍ이정훈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