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은총 허락된 성물이지만 믿음 없이 효력도 없어
본래 수도자의 옷이었던 ‘스카풀라’
점차 작아져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모 발현에 기인해 성모신심 담겨
발현 모습 재현한 ‘기적의 메달’
지니는 것만으로 효력 없는 준성사
교회 가르침에 따른 믿음 전제돼야
사제 축복 받은 후 착용·소지해야
①프랑스 파리 뤼드박에서 발현한 성모님의 모습을 재현한 성모상. ②·③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 ④스카풀라는 ‘어깨’라는 뜻으로 사진과 같은 모습의 수도자 겉옷이었으나 점차 작아져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모신심의 역사가 오랜 만큼, 교회는 역사적으로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해 하느님께 간청하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왔다. 우리는 성모신심이 담긴 다양한 물건들을 바로 알고 사용하고 있을까? 스카풀라, 기적의 메달(기적의 패) 등 성모신심이 담긴 물건들을 알아보자.
■ 부적이 아니라 ‘준성사’입니다
성물방을 찾으면 묵주, 기적의 메달, 스카풀라 등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다양한 물품을 만날 수 있다. 묵주는 신자들에게 익숙하지만, 스카풀라나 기적의 패는 낯설기도 하다. 성당 성물방에서 파는 걸 보니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착용만 하고 있어도 지옥에 가지 않는다느니, 기적이 일어난다느니 하는 설명을 들으면 “진짜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부적’과 같은 미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해도 괜찮다.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은 교회가 인준한 ‘준성사’다. 교회법은 “성사들을 어느 정도 모방해 이로써 특히 영적 효과가 표상되고 교회의 전구로 얻어지는 거룩한 표지들”이라고 준성사를 규정한다.(제1166조) 다시 말해 그리스도가 제정한 일곱 성사와 달리 교회가 영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제정한 의식이다. 물건에 대한 축성이나 축복, 사람에 대한 강복, 그리고 우리가 기도 전후에 바치는 성호경도 준성사에 해당한다.
■ 수도자의 옷, 스카풀라
우리가 성물방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스카풀라는 마리아의 모습이나 글귀가 적힌 두 개의 작은 천이 긴 끈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언뜻 목걸이 같다는 인상이 들지만, 스카풀라는 목에 거는 것이라기보다 ‘입는’ 옷이다.
라틴어로 ‘어깨’라는 뜻을 지닌 스카풀라는 수도자들이 어깨너비의 천을 몸 앞뒤로 길게 늘어뜨려 입는 소매 없는 겉옷을 말한다. 수도자들이 일할 때 걸치는 옷이었으나, 점차 멍에와 십자가를 어깨에 지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게 됐다. 그리고 13세기경 각 수도회의 영성을 따르고자 하는 평신도들도 스카풀라를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16세기 무렵부터 작아져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수도자의 옷 스카풀라에 성모신심이 담긴 것은 1251년 가르멜회 원장 성 시몬 스톡에게 마리아가 나타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리아는 성인에게 갈색 스카풀라를 보여주면서 “이 스카풀라를 죽는 순간까지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특권을 누릴 것이며, 그가 죽은 후 첫 번째 토요일에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천국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특전은 교회의 인가를 받아 가르멜회 수도자들과 제3회원들에게 적용됐다.
갈색 스카풀라가 대중적으로 퍼진 것도 성모 발현에서 기인한다. 1917년 10월 13일 포르투갈 파티마에 나타난 마리아는 묵주와 함께 스카풀라를 들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하느님의 종 루치아 도스 산토스 수녀는 이 모습이 “모든 사람이 스카풀라를 착용하도록 하려는 까닭”이라며 “스카풀라는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대한 봉헌의 표시이며 스카풀라와 묵주는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파티마 성모 발현의 메시지에 따라 활동하는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군대) 회원들은 입단 시 스카풀라를 착의하고 있다. 또한 가르멜회나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에 속하지 않은 신자라도 누구나 스카풀라를 입을 수 있다.
또한 녹색 스카풀라는 1840년 사랑의 딸회 수녀원의 쥐스틴 비스케뷔뤼 수녀에게 나타난 마리아에서 유래한다. 마리아는 “믿음을 지니고 이 스카풀라를 착용하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신앙이 없는 이들과 냉담한 이들을 회개시킬 것”이라며 녹색 스카풀라를 보급할 것을 당부했다.
■ 성모의 전구로 일어난 기적들, 기적의 메달
‘기적의 패’라고도 불리는 기적의 메달은 1830년 프랑스 파리 뤼드박에서 성 가타리나 라부레 수녀에게 발현한 마리아의 모습을 담은 메달이다.
성인에게 발현한 마리아는 흰옷을 입고 둥근 공 모양의 것을 밟고 서 있었다. 마리아 주위에는 ‘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또 십자가와 M자도 보였는데, 그 아래에 예수님과 마리아의 심장이 있었다.
타원형을 이루는 이 형상을 12개의 별이 둘러싸고 있었다. 마리아는 “이 모습대로 메달을 만들라”고 명하면서 “이 메달을 지니는 사람들은 커다란 은총을 받을 것이며 그 은총은 믿음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풍성하게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달은 1832년 처음 주조됐는데, 이 메달을 통해 많은 치유와 회개의 기적이 일어났다. 이에 신자들이 이 메달을 ‘기적의 메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신심이 없으면 효과도 없어요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은 준성사로, 특별한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성물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착용하거나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다. 준성사는 영적 준비 상태, 열심한 기도, 믿음, 사랑 등에 효과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리스도가 제정한 성사는 예식 자체로도 성사를 받는 사람에게 ‘은총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준성사와 다르다.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 모두 이를 착용하거나 소지하는 사람에게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믿음과 이 준성사들에 대한 신심이 전제돼야 한다.
특별히 스카풀라나 기적의 메달과 같은 준성사들은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왜곡된 신심을 지닌 이들이 이용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스카풀라나 기적의 메달에 담긴 메시지나 형상이 교회에서 인준한 것과 다르다면 곧바로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스카풀라나 기적의 메달 모두 기본적으로 사제의 축복을 받은 후 착용하거나 소지해야 한다.
여기에 기도와 신심행위가 함께해야 한다. 갈색 스카풀라는 가르멜 산의 성모발현에 대한 신심이 필요하다. 또 파티마의 성모발현에서 묵주와 함께 나타났기에 묵주기도도 갈색 스카풀라에 좋은 기도라고 할 수 있다.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의 경우 아침에 갈색 스카풀라를 착용할 때마다 ‘아침 봉헌 기도’를 바치고, 매일 묵주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녹색 스카풀라를 지닌 사람은 매일 자주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 믿음이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인 만큼, 대상자가 녹색 스카풀라를 거부하거나 기도하지 않으면 이들을 위해 대신 지니고 기도해 줄 수 있다.
기적의 메달은 메달에 새겨진 문구 “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를 매일 적어도 한 번 이상 바치는 것이 좋다.
이승훈 기자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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