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5월 14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dariaofs 2021. 5. 14. 06:08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인간의 노력이 드러납니다.

"그 자리에는 백스무 명가량 되는 무리가 모여 있었다."(사도 1,15)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마티아 사도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뒤에 뽑힌 열세 번째 사도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배반하고 죽음의 길을 간 유다 이스카리옷의 자리를 채웠지요.

사도들은 자기들 공동체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계승하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고 믿기에 그 수를 채우고자 합니다. 당시 모인 사람들에 대해 성경 저자가 "백이십 명"가량이라고 구체적 수를 기술한 이유는, 완전한 수인 '열둘'을 '열 차례' 되풀이 더한 수로써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이 완전체에 가까웠음을 가리킵니다.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던 시대에, 스스로의 죄악으로 소멸 위기에 처했던 벤냐민 지파를 되살리기 위해 열한 지파가 모여 고민하고 결정했던 자구책이 떠오릅니다.(판관 21장 참조) 현대를 사는 우리의 눈에 이해나 용납이 불가한 방식이기는 하나, 그만큼 열두 지파의 존속과 유지가 중요했음을 보여 주지요.

"우리와 함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사도 1,22)
하지만 지금 사도들은 그 목적뿐만 아니라 방식에 있어서도 주님의 선하신 뜻을 추구하고 있기에 구약 판관시대의 사건과 명백히 결을 달리합니다. 무엇보다 "부활의 증인"을 간청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그들이 열둘을 채우려는 의지는 단지 숫자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는 의미를 넘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선포 사명을 더욱 충만히 수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아울러 실제 예수님의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열둘에 끼지도 못한 우리에게도 열세 번째 자리가 열려 있다는 영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지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사도 1,24)
사도들은 자기들이 예수님에게서 부르심을 받았던 것처럼 이 추가적 선출에서도 주님께서 친히 주도권을 행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 사람의 손을 통해 당신 뜻을 이루시도록 내어 맡기는 겁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이 말씀이야말로 주님 곁에 머무르는 특권의 원리입니다. 주님의 선택! 교회 안에 여러 신분과 제도 안으로 부르심 받은 우리가 자기 스스로의 힘을 자랑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모든 부르심이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생성되고 움직이며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하며 죄인이기까지 한 우리 역시 그렇게 불리워 감히 주님의 곁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갑니다. 인간적인 모자람을 오히려 부활의 증인이 될 자질과 가능성으로 보아주신 주님 덕분에 가능한 기적이었지요.

사랑하는 벗님! 부활의 증인으로 새롭게 부르심 받은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어느 자리건 거기에 우리까지 있어야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좀 더 근접해 나간답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이니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부르심의 길을 걸어 갑시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