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5월 19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dariaofs 2021. 5. 19. 06:55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십니다.

"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요한 17,14)
이것이 바로 세상과 말씀의 상관관계입니다. 세상은 말씀을 달가워하지 않지요. 영혼을 어둠과 절망과 악으로 끌어내리려는 세상의 힘은 말씀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주님이신 말씀께서 영혼을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으로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요한 17,15)
예수님은 당신이 떠나신 후에 이 세상에 남아, 혼탁하고 거친 물살을 역행하며 복음의 가르침대로 살아갈 제자들이(우리가) 세상의 악에 물들지 않기를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모두 하늘 나라로 데려가시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을 싹 다 없애버리시지도 않으시지요. 이 세상에서 악과의 동행. 그것이 제자인 우리에게 펼쳐진 길입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요한 17,17)
이 기도에는 죄악과 어둠으로 손짓하는 세상에서 주님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영혼의 순수성과 거룩함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곧 진리이신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죽은 물고기는 소금에 절여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소금기 짙은 바닷물 속에서도 펄펄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말씀으로 깨어있는 영혼은 세상 유혹과 악에게 점령되지 않고 오히려 말씀의 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영혼을 지켜냅니다. 자기의 영혼만이 아니라 공동체와 세상도 정화하는 힘이 바로 말씀의 힘입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 역시 남은 이들을 염려하며 해법을 제시합니다.

"내가 떠난 뒤에 사나운 이리들이 여러분 가운데로 들어가 양 떼를 해칠 것임을 나는 압니다."(사도 20,29)
사실 악은 너무나 일반화되어서 마치 세상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미화합니다만, 세상에 악은 분명 존재합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함께 식별하고 길을 명확히 제시해 줄 스승이 부재한다는 사실은, 아직 약하고 여리고 미숙한 영혼에게 큰 어려움이 되지요.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사도 20,32)
스승이 떠난 자리에 남아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제자들(우리)에게 말씀은 영혼의 골수와 같아서 버팀목도 되고 지지대도 됩니다. 시시각각 방법을 바꾸어 다가오는 온갖 도전과 유혹 앞에서 성령의 영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말씀은 이를 극복하는 강력한 방패요 무기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실 진리의 성령께서 우리가 아버지의 말씀을 깨닫고, 그 말씀으로 정화되어 거룩해지도록 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아무리 악습에 물든 나약한 죄인이어도 말씀을 듣고 머물고 실행하는 우리의 숨은 노력을 가벼이 넘기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당신 말씀으로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시려 지치지 않고 중단 없이 매일 매순간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말씀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하시어 순수함과 순결함을 되찾고 그분께 맞갖는 거룩한 영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은총의 말씀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어맡기며 살아가는, 말씀의 사람인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