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돌아섬, 곧 회개를 이야기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이 두 번째로 요나에게 내렸다. ... 요나는 주님의 말씀대로 일어나 니네베로 갔다."(요나 3,1-3)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살아남은 요나에게 두 번째로 주님의 말씀이 내립니다. 주님께서 요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요나가 이번에는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 독서의 첫 번째 회개자, 곧 방향을 바꾸어 주님께 돌아서는 이는 요나입니다. 그동안 닥친 일로 보아 주님과 그분 말씀에서 빠져나갈 길을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지요. 요나서의 마지막 일화를 미리 떠올려 보면 지금 요나가 주님께 온전히 승복한 건지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당장은 일단, 몸으로는 따릅니다.
"그들은 단식을 선포하고 ... 자루옷을 입었다."(요나 3,5)
두 번째 회개는 요나의 전언을 들은 니네베 사람들에게서 일어납니다. 이방인인 그들이 이스라엘의 예언자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을 믿은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악한 길을 뉘우치고 자신을 낮추며 주님 앞에서 힘껏 부르짖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셨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요나 3,10)
이제 세 번째 돌아섬은 하느님에게서 일어납니다. 그분은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고는 이내 마음을 돌이키시어 그들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십니다. 하느님의 뜻은 멸망이 아니라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루카 10,40)
마르타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셔들입니다. 그런데 동생 마리아는 대접으로 분주한 언니를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 말씀에 푹 빠져 있습니다.
보다 못한 마르타가 예수님께 입을 엽니다. 동생이 그렇게 당신 곁에만 있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고 언니를 좀 돕게 한 마디 해달라는 거지요. 마르타의 뜻대로 되려면 예수님과 마리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마르타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녀는 지금 예수님과 마리아의 돌아섬을 종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2)
하지만 예수님은 돌아서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마리아도 돌아설 필요가 없다고 일깨워 주십니다. 행여 마르타에게 실망을 안기더라도 애둘러 말씀하시지 않으시지요.
돌아섬, 방향을 바꾸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감, 회개의 종착지에서는 더 이상 돌아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이미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주님 발치에서 그분 말씀을 듣고 말씀에 머물러 말씀이신 분과 함께 사랑이 되어가는 소명, 이는 이 세상의 모든 돌아섬이 끝내 닿아야 할 지점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회개는 단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눈물의 골짜기로 불리는 이 세상을 지나는 여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이 선 지점의 위치와 방향성을 성찰하고 방향을 조율해야 합니다. 우리가 향해야 할 지점은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니, 혹 길을 잃었다면 가던 길을 돌이켜 다시 주님을 향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어린이 같은 겸손과 영적 유연함으로 세상 어디에 떨어져도 요나처럼 돌아서서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또 마리아처럼 어떠한 상황에도 결코 주님을 떠나지 말고 그분 발치에 머무르며 그분 말씀을 듣는 좋은 몫을 탁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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