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집’을 어떻게 복구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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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애 실천을 외면한 카인의 태도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여러 문제들을 야기하는 핵심적 요인임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그림은 노벨리 작 ‘카인과 아벨’. 출처=가톨릭굿뉴스 |
교회는 숱한 역사의 험난한 파고들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5∼6세기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삼았던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몰락했을 때, 교회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베네딕토 성인(480∼547)이 세운 수도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교회 영성과 서유럽 문화 진흥에 기여함으로써 유럽이 서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 이어진 ‘역사의 어둔 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12∼13세기에 중세 교회는 농경사회에서 상업의 부흥기로 접어들면서 물질적인 풍요로 잠식되는 위기를 겪었다. 이때,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무너져가는 교회를 재건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삼덕을 철저히 따르는 생활로서 교회 정신을 쇄신했다.
14∼16세기에는 유럽사회의 흑사병 창궐과 종교개혁으로 프로테스탄트가 분열되어 나갈 때, 교회 교도권이 위태롭게 되었다. 이때,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쇄신하였고,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개최하여 개혁과 쇄신으로 이 위기를 돌파했다.
19∼20세기에 개최된 1, 2차 바티칸 공의회도 교회의 쇄신과 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두 번의 공의회는 무신론과 세속화의 위기, 현대 사회 적응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개최된 것이다.
이렇게 위기 때마다 교회는 수도회 운동, 성인들의 출현, 교회 공의회 개최 등을 통해 수많은 위기에 대처해 왔다. 오늘날 후기 산업사회를 맞이하면서 교회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 환경의 위기, 인간 정체성의 위기에서 비롯된 집단적인 우울 현상, 가정의 해체와 공동체의 와해 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예컨대, 핵심적인 관계의 위기, 즉 하느님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에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했다. 교황은 모든 생명체의 ‘공동의 집’인 지구가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아파하면서 ‘공동의 집’이 무너져 내리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회칙에서 인간의 오만과 탐욕, 약탈적인 태도들로 고통받고 신음하는 지구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며 회개와 올바른 행동을 촉구했다. 신음하는 지구에 대한 교황님의 우려는 올해 6월 캐나다 남서부 지역에서 기후 관측 이래 49.5℃라는 최고 기온을 기록하여 현재 우리 앞에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인간 정체성의 위기도 겪는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이 결여되다 보니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연결되지 못하고 부표처럼 떠다니는 삶을 산다. 인간 정체성 위기의 대표적 현상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베풀어지는 은총과 축복을 느끼지 못해 드러나는 불만족한 삶, 우울한 삶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세 가지 현상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첫째로 중독현상으로 드러난다. 감정적인 허전함과 공허감을 채울 수 있는 대상에 사로잡히는 것이 중독현상이다. 물질적 대상에 명예나 헛된 권력이나 쾌락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마음이 공허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우울증은 타인에 대한 공격성으로 드러난다. 타인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나 정신적인 학대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성은 도를 넘고 있다. 세 번째로 우울증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성으로 드러난다. 자신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바로 자살이다. 자살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또한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와해 위기를 겪고 있다. 이혼 가정과 결손가정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비혼주의 문화 확산과 전통적인 가정 개념의 훼손은 한 인간이 부모의 사랑 안에서 태어나고 그 안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다. 사람들은 소속감을 잃고 심리적으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새로운 도시의 아파트 주거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아파트 문화는 관계성이 결여된 군집 생활일 뿐이다. 오늘날 공동체의 문제는 관계성의 상실뿐 아니라 사회적인 취약 계층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왜곡된 분배구조는 사회적인 불평등 및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공동체 문제와 관련하여 2020년 10월 3일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을 기념해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반포했다.
이 회칙의 부제는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on fraternity and social friendship)’이다. 이 회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중심에 놓고 사회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을 되살려야 함과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 공익에 봉사하는 리더십(정치)이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언급하고 있는 인간 정체성의 위기, 사회 공동체의 위기, 지구 환경의 위기는 인간의 생존과 인간성의 완성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터전의 위기, 즉 ‘집’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무너져가는 집을 어떻게 복구해 나갈 것인가? 이것은 오늘날 우리 시대가 시급히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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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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