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분노는 나의 문제

dariaofs 2022. 3. 13. 00:53

지나치게 표출되는 분노와 적개심
내 안의 부정적 감정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되는 경우 많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평하기 전에
본인의 문제는 아닌지 살펴봐야

 

살다보면 화나는 일들이 생깁니다. 사람 때문에 화가 나고 일이 안 되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그 분노들이 거의 다 본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 분노, 사람들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분노입니다. 그래서 분노가 생길 때 사람을 보지 말고 본인을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복음의 간음한 여인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당시에는 여인이 간음한 현장에서 잡히면 무조건 돌로 쳐 죽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살기등등하게 돌을 손에 든 사람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 하십니다.
 
“너희 중 죄 없는 자 저 여인을 돌로 쳐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나이든 사람들은 돌을 내려놓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끝까지 씩씩대며 돌을 내려놓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영성 심리에서는 이 장면을 다각도로 분석하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이 정의로움이 아니라 본인 안의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기 위해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본인 안의 감정을 잘 보지 못하고 자기감정에 도취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거나 투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내 안의 분노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신문보도를 보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분노나 심지어 적개심을 느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 대한 분노가 정의로운 것도 있지만 때로 지나친 분노나 적개심은 내 안의 부정한 감정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성가들은 어떤 일에 분노가 일어날 때 상대방이 아니라 본인을 보라고 이야기 해온 것입니다.

꼰대 유머입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슨 기운이 뻗치는지 매일 소리 지르고 부수고 이혼한다 안 한다 울고불고 해서 동네사람들이 민망해하다 못해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도 나서서 말리려 했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아서 넌더리를 냈고 말리던 사람들도 지쳐서 다들 포기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언제 다투었냐는 듯 정겹게 길을 가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니~ 헤어지네 마네 하더니 저게 웬일이야”하며 다들 놀랐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이 동시에 치매가 걸린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자기가 예전에 좋아하던 사람으로 알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때론 치매가 부부생활에 도움이 되나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