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속풀이' 코너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궁금해 하신 분들이 계실 줄로 압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가 바빴던 탓도 있고 웬만한 질문들은 얼추 다 다뤘다 싶기도 해서 제 하루하루 소임에 전념하고 지냈습니다. 혹시나 제 건강을 걱정하신 분이 계시다면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러던 차, 한 여성 신자분께서 이런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여자가 여자 성인이 아니라 남자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라틴어 성 변화에 맞춰서 여성명사화 하지 않고 원래 고유명사 그대로 쓸 수 있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당 사제들의 주보 성인으로 유명한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도 그의 이름 중에 마리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연애 시의 대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성모 "마리아"를 이름에 넣고 있습니다.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도 그렇고요. 이렇게 보면, 여성 신자가 베드로를 존경하여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는 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굳이 베드로를 "베드라"라고 여성형 어미를 붙여서 세례명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세례받는 이가 사도 베드로의 고유명사를 그대로 유지하기 원한다면 그 뜻을 존중해 주는 게 좋겠습니다.
결국, 여성 혹은 남성형 어미를 붙이고 말고는 세례명을 선택하는 이의 결정에 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선택은 여자 수도회 안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베네딕도회 소속의 존경하옵는 "모세" 수녀님이 그렇고, 샬트르 바오로회의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녀님이 그렇고, 성가소비녀회의 "하상 바오로", "양업 토마스" 수녀님이 그렇습니다.
성 빈센트 드 폴 자비의 수녀회에 입회하여 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이신, 저를 지극히 아껴주시는 이모 "토마" 수녀님도 계십니다.
이런 예를 들자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수도자가 수도생활을 위해 선택한 수도명이라고 해도, 우리가 세례명에 부여하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세례명으로 선택하는 그 성인의 삶을 잘 알고, 그분을 내 신앙생활의 롤모델로 모시고 살아가는 실제적인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재단법인 기쁨나눔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청소년보육사목 지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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