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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5)펜테코스테

dariaofs 2022. 9. 6. 00:13

성령 강림과 보편된 교회 상징하는 이콘

 

▲ 펜테코스테 이콘은 성령 강림과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성령 강림을 묘사한 이콘에는 ‘Η ΠΕΝΤΗΚΟΣΤΗ’(펜테코스테)라는 헬라어가 표기돼 있다. 펜테코스테는 ‘50번째’라는 뜻으로 우리말 교회 용어로는 ‘오순절’이라 한다.

 

라틴말로는 ‘PENTECOSTES’이다. 이콘에서 성령 강림을 ‘오순절’로 표현하는 이유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께서 성모 마리아와 사도들에게 강림하셨기 때문이다.

오순절은 원래 이스라엘의 3대 순례 축제 중 하나이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 수확을 마친 후 감사 축제로 오순절을 지내어 ‘추수절’(탈출 23,16)이라고도 불렀다.

 

또 ‘주간절’(탈출 34,22)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월절 첫날인 니산 달(3~4월) 15일부터 시작해 칠 주간을 보내고 시반 달(5~6월) 6일에 오순절 축제를 지냈다.(신명 16,9-10)

 

유다인들은 오순절에 율법에 따라 새 밀로 구운 빵 2개와 1년 된 흠 없는 어린 숫양 7마리와 황소 1마리, 숫양 2마리를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했다.(레위 23,15-21)

 

추수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던 농업 축제였던 오순절은 점차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과 연결돼 하느님께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종교 축제로 바뀐다.

주님의 강생으로 구약과 신약이 구분되듯이 예수님의 부활로 구약 이스라엘의 ‘과월절’은 ‘주님 부활 대축일’로, ‘오순절’은 ‘성령 강림 대축일’로 바뀌었다.

 

그리스도교가 이스라엘 축제인 오순절을 전례력 안에 받아들인 이유는 이날 성령께서 강림하시어 교회를 탄생시키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주님 부활 제7주간이 끝나는 날에 오순절을 지낸다.

 

교회는 이날을 ‘성령 강림 대축일’이라고 한다. 아버지 하느님과 성자 그리스도께서 이날 성령을 교회에 보내심으로써 주님의 부활을 완성하셨다.

 

“이날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가 완전하게 계시되었다. 이때부터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가 그분을 믿는 사람들에게 열렸다.

 

그들은 비천한 육신을 지녔지만, 신앙 안에서 이미 삼위일체의 친교에 참여하게 된다. 성령께서는 끊임없는 당신의 오심을 통하여 세상을 ‘마지막 때’로, 교회의 때로, 이미 물려받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로 진입하게 하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32항)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παρακλητοs”(파라클레토스)라고 불렀다.(요한 14,16 참조) 우리말로 ‘보호자’ ‘위로자’ ‘중재자’ ‘변호인’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한의 첫째 서간은 “누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2,1)라며 주님을 가리키는 말로 ‘파라클레토스’를 쓴다. 신약 성경은 이처럼 주님과 성령께서 교회의 보호자이심을 증언하고 있다.

성령 강림 이콘 곧 펜테코스테는 일반적으로 사도들이 묵고 있던 예루살렘의 이층 방(사도 1,13)을 배경으로 한다. 특이한 것은 성령 강림 때 사도단에 속하지 않았던 바오로와 사도가 아닌 루카와 마르코가 펜테코스테 이콘에 등장하고 있다.

 

이콘 속 인물은 베드로와 바오로를 중심으로 양편으로 6명씩 나뉘어 앉아 있다. 베드로 왼편으로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 저자가, 바오로 오른편에는 요한과 마르코 복음서 저자가 앉아 있다.

 

나머지 자리에는 성령 강림 사건에 참여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앉아 있다. 성령께서 임하신 주님의 제자들은 모두 복음서나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데 이는 땅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려는 사도들의 공동 사명을 나타낸다.

 

펜테코스테 이콘에 사도행전 성령 강림 내용(1─2장)과 달리 바오로와 복음서 저자들이 등장하는 것은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펜테코스테는 주님의 제자들에게 불혀 모양으로 강림하시고 계신 성령과 어둠 속에 있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뉘어 있다.

 

성령께서 강림한 주님의 제자들이 앉은 아치형 의자는 ‘교회의 경계는 무한하고 끝이 없음’을 보여준다.

 

교회의 시작은 시작이 없으신 하느님이시고, 교회의 끝은 끝이 없는 하느님 나라이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요한 17,16)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교회는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님의 제자들 발아래에는 한 노인이 어둠 속에서 두루마리가 놓인 천을 펼쳐 들고 서 있다.

 

이 노인은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루카 1,79) ‘세상’을 상징하고, 노인이 쓰고 있는 왕관은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의 죄’(로마 5,21 참조)를 드러낸다. 성령 강림의 첫 선물은 바로 ‘죄의 용서’이다.

이콘 윗부분 영원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을 상징하는 반원형 아치에서 성령께서 모든 제자에게 각각 강림하신다. 성령께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눠주신 것이다.

이처럼 펜테코스테 이콘은 성령 강림을 묘사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보호자가 되시어 성령께서 탄생시킨 교회가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임을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