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알게하는 계기의 중요성
우리 시대의 위대한 실천적 자연주의자인 스코트 니어링(1883~1983, 미국)은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생각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식료품 가게에서 나오고, 매일 마시는 우유가 우유 공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의 오류는 인간 자신과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매우 충격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사고의 오류는 또한 현대의 과학 기술과 물질문명이 자연의 모든 혜택을 대신할 수 있다는 무서운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자연에서 점점 멀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어린이에게 스코트 니어링이 말한 잘못된 믿음은 참 심각한 문제이다.
한 어린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죽은 잠자리를 보고는 “할아버지, 이 잠자리가 움직이지 않아요. 배터리를 새것으로 갈아줘야겠어요”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농담 수준을 넘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하루 한 번도 자연과 접해볼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사람은 누구인가?
들꽃의 아름다움과 느티나무의 웅장함을 감상하기보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외우게 하고, 화학 주기율표를 외는 데에 온 정신을 집중하길 강요당한다.
학교가 끝나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 다니다 늦은 밤이나 돼 집에 오는 아이들이 자연의 신비를 느낄 기회가 전혀 없다.
이런 삶을 살아온 아이들이 무엇이 진정한 삶의 가치이며,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여유조차 있을까? 자연의 신비를 통해 이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섭리와 경외를 느낄 수 있을까?
자연, 특히 그것의 정수라고 볼 수 있는 숲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을 올바로 돌릴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숲 해설이 있고 숲해설가가 일하고 있다.
숲 해설의 기원을 에노스 밀즈(1870~1922)라고 한다면, 그가 미국 로키산에서 숲 해설을 하기 시작한 188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단체와 개인이 숲의 중요성을 숲 해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부터 국립수목원과 국립자연휴양림 등에서 숲해설가 제도를 운영해 왔고, 현재 전문가 양성 과정을 거친 숲해설가 1만 5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숲 해설을 하는 단체나 개인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숲 해설을 듣는 대상에 따라 숲의 중요함에 관한 내용은 다를 테지만 중요한 것은 ‘숲 해설은 숲을 알게 하는 것보다, 숲을 알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기란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다. 한 인간의 가치와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이 계기를 통해 올바른 자연관을 키우고, 숲과 자연을 사랑하고 조화롭게 이용하는 법을 배우며, 숲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윌든」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헨리 소로우(1817~1862, 미국)는 1845년 윌든숲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숲 생활을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진지한 삶, 삶의 고갱이만 추려 살기 위해 숲으로 간다”라고 답하였다.
바로 숲 해설은 이런 계기를 마련해 주는 기회이다. 여름이 다 가기 전 자녀들과 함께 가까운 자연휴양림이나 수목원, 도시 숲, 또는 산림공원에 가서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길 권한다.
숲을 잘 이용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호기심, 창의력, 그리고 인지능력이 높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심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말이다.
신원섭 라파엘(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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