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톨 릭 상 식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0)제의

dariaofs 2022. 10. 22. 00:04

예수 그리스도의 멍에 상징하는 전례복

 

▲ 제의는 예수님의 멍에를 상징하는데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낸다.


사제복에 이어 전례복에 대해 알아보자. 미사는 하느님께 드리는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이다.

 

그래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자기 취향에 따라 옷을 마음대로 입는 것이 아니라 규정된 전례복을 입어야 한다.

가톨릭교회 사제는 미사를 집전할 때 고유한 옷을 입는데 이를 ‘전례복’이라고 한다.

 

전례복은 일반적으로 개두포-장백의-띠-영대-제의 순으로 입는다.

개두포는 양쪽 끝에 끈이 달린 직사각형의 흰 아마포이다. 사제는 제의를 입기 전에 제일 먼저 개두포를 어깨에 두른다.

 

‘구원의 투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사제는 개두포를 두르면서 “주님, 제 머리에 투구를 씌우시어 마귀의 공격을 막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사제는 이어 ‘장백의’를 입는다. 장백의는 말 그대로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흰옷’이다.

 

장백의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지녀야 할 영혼과 육신의 결백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제는 장백의를 입으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시어 결백하게 되어 주님을 섬기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사제는 장백의가 끌리거나 벌어지지 않도록 장백의를 입은 후에는 허리에 띠를 맨다. 띠는 극기와 절제를 상징한다.

영대는 사제가 성무를 집행한다는 표시로 목에 걸치는 좁고 긴 띠를 말한다.

 

영대는 성직자의 직책과 의무, 그리고 성덕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례복 가운데서도 제의와 함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의는 사제가 미사를 집전할 때 제일 마지막에 입는 겉옷으로, 라틴말로 ‘Casula’(카술라)라고 한다.

 

제의는 ‘예수님의 멍에’를 상징하는데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제는 제의를 입기 전에 항상 “주님, 주님께서는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하셨으니 제가 주님의 은총을 입어 이 짐을 잘 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제의는 주로 비단과 아마포, 양모가 섞인 옷감으로 만든다.

 

그리고 앞뒤 양면에 십자가와 밀이삭, 포도, 물고기, 비둘기 등 예수 그리스도와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여러 형상을 장식한다.

 

제의 앞면에 새겨진 십자가는 ‘사제 자신’의 십자가를, 뒷면의 십자가는 사제에게 맡겨진 ‘신자들’의 십자가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성덕, 십자가의 희생과 사랑을 표현한다. 그래서 제의를 ‘사랑과 온유, 순결의 옷’이라고도 부른다.

제의 색이 항상 같지 않고 달라지는 이유는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날의 고유한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제의 색을 이해하려면 먼저 교회의 달력을 알아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의 십자가 상 죽음과 부활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1년을 주기로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를 기념한다.

 

이를 ‘전례주년’이라고 하고 전례주년을 달력으로 표시한 것을 ‘전례력’이다. 전례력은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연중시기들과 여러 축일로 구성돼 있다.

제의 색은 전례력에 따라 다르다. 제의 색은 흰색, 붉은색, 연두, 보라, 장미, 검정, 황금색 모두 일곱 색이 있다.

 

가장 많이 입는 색은 ‘연두(녹)색’이다. 생명의 푸르름과 희망을 상징하며 특별한 축일이 아닌 일반(연중) 주일과 평일에 입는다.

‘보라색(자색)’ 제의는 회개와 속죄를 나타낸다.

 

그래서 구세주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에 입는다. 또 죽은 이를 위한 미사 때도 착용한다.

‘흰색’ 제의는 기쁨과 영광, 순결을 드러낸다.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간다는 뜻에서 구세주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시기와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 시기에 입는다.

 

그리고 주님 축일(수난에 관한 축일은 제외)과 성모님 축일, 순교자가 아닌 성인들의 축일에도 입는다

‘붉은색’ 제의는 사랑과 열정, 피를 상징한다.

 

그래서 주님의 수난과 관련된 축일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성금요일, 십자가 현양 축일에 붉은색 제의를 입는다.

 

그리고 성령 강림 대축일과 사도들과 복음서 저자들의 축일, 순교자 축일 때도 사용한다.

‘장미색’은 기쁨을 향한 휴식과 희망을 드러낸다.

 

이 제의는 1년에 단 두 번 입는다.

 

구세주 탄생을 준비하다가 성탄이 가까이 왔으므로 잠시 휴식하며 기뻐한다는 의미에서 ‘기뻐하라 주일’로 불리는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시기의 회개와 보속 생활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예수님의 부활이 다가왔음을 기뻐하는 ‘즐거워하라 주일’로 불리는 사순 제4주일에 착용한다.

‘검은색’ 제의는 슬픔과 죽음을 상징해 장례 미사 때 입는다.

 

요즘엔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강조해 흰색 제의를 장례 때 입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황금색’ 제의는 환희와 성대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제와 주교 서품 미사 등 성대한 미사를 거행할 때 입는다.

이처럼 사제의 제의 색만으로 그날 미사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은 사제의 제의 색을 보면서 그날 미사에 합당하게 마음 준비를 하게 된다.

 

리길재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