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교의 권위와 책임, 친교의 상징
▲ 팔리움은 ‘그리스도의 멍에’와 ‘사도좌와 일치’, ‘관구 지역 교회를 사목하는 대주교의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하는 거룩한 표징이다. |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에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새로 임명된 관구장 대주교에게 팔리움(pallium)을 수여하는 예식이 거행한다.
팔리움은 ‘그리스도의 멍에’와 ‘사도좌와 일치’, ‘관구 지역 교회를 사목하는 대주교의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하는 거룩한 표징이다.
팔리움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위해 제의(祭衣)를 입고 목에 걸 수 있도록 가운데가 원형으로 돼 있고 앞과 뒤가 긴 띠로 이루어져 있는 고리 모양의 하얀 양털 띠다.
폭은 7.6㎝이고, 가운데서부터 목 앞과 등 뒤로 내리는 띠 길이는 30㎝ 정도다. 팔리움에는 6개의 십자가가 수놓아져 있다.
이는 정의, 용기, 절제, 예지 네 가지 덕행과 라자로의 동생으로 알려진 마르타의 활동적인 삶, 마리아의 관상적인 삶을 표현한다.
대주교에게 팔리움을 수여하는 교회 전통은 1700년이나 된다. 로마의 주교들, 곧 교황들이 4세기 때부터 ‘그리스도의 멍에’를 상징하는 팔리움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인 자신의 어깨에 둘렀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대주교들이 팔리움을 받으러 교황청으로 가는 관례는 최근에 생겨났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대주교들에게 직접 팔리움을 걸어주는 관례를 도입했다.
해마다 새 대주교들에게 팔리움을 수여하는 날을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로 정한 교황도 요한 바오로 2세다. 그 이전에는 교황 사절이 해당 지역 교회로 팔리움을 갖고 가서 전달하는 게 관례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관구장에 서임된 이는 주교 수품 또는 서임 후 3개월 이내에 교황에게 팔리움을 청원하게 돼 있다. 그러나 팔리움을 교황에게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는 않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월 예전처럼 팔리움 수여식이 바티칸이 아닌 지역 교회에서도 거행될 수 있도록 했다.
팔리움 수여식에 신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어 대주교가 지역 교회와 친교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목적 배려에서다.
팔리움을 양털로 짜는 이유는 교회의 전통이기도 하지만 성경의 신앙적 의미도 담고 있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어린 양은 하느님께 봉헌하는 희생 제물이었다.
제단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1년 된 어린 숫양이 번제물로 한 마리씩 바쳐졌다.(탈출 29,38-39) 그리고 유월절의 어린양은 대속물이었다.(탈출 12,1-14)
신약에서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고는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하고 외쳤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에게 양은 희생과 속죄라는 신앙적 의미를 지닌 동물이었다.
팔리움의 양털은 목자가 어깨 위에 들쳐 메고 생명의 물가로 인도하는 길 잃고 병들고 약한 양을 상징한다. 인류는 광야에서 헤매는 길 잃은 양이다.
주님께서는 이를 방관하지 않으신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나아가는 모든 여정에서 하늘의 영광을 포기하시고 길 잃은 양을 찾으시기 위해 한걸음에 내달으셨다.
그리스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주교는 주님처럼 사람들을 광야에서부터 생명의 장으로, 성자와 나누는 친교로, 우리에게 생명을 풍성하게 주시는 한 분께로 이끌어야 한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요한 10,14 이하) 하신 주님처럼 목자들은 기꺼이 그리스도의 멍에를 어깨에 진다.
성경 속 이스라엘 민족은 1년에 한 번 양털을 깎았다. 이때 유다인들은 양들을 함께 돌보았던 모든 사람을 초대해 며칠 동안 먹고 즐겼다.
이에 가톨릭교회도 해마다 성녀 아녜스 축일인 1월 21일 교황이 어린 양 두 마리를 축복한다. 교황이 축복한 이 어린 양의 털은 교황이 신임 대주교에게 걸어주는 팔리움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양들은 로마 근교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 기른다. 이 양들은 1884년부터 교황에게 축복을 받기 전날 밤 로마 시내에 있는 나자렛 성가정 수녀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깨끗이 씻겨 미사에 참여한다.
한 마리는 흰색 모포에, 다른 한 마리는 붉은색 모포에 감싸인다. 붉은색은 아녜스 성녀의 순교를 상징하고, 흰색은 성녀의 동정을 드러낸다. 양들은 같은 색의 화관도 쓴다.
이 양들은 먼저 성당 안 아녜스 성녀의 성해가 모셔진 제대에서 축복을 받는다. 그런 다음 어린양들은 바티칸으로 옮겨져 교황궁 우르바노 8세 교황 경당에서 교황에게 다시 축복을 받는다.
팔리움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교황의 축복을 받은 어린 양 두 마리는 베네딕도회 수녀들이 넘겨받아 성주간이 다가오면 양털을 깎고, 팔리움 제작에 들어간다. 수녀들은 털이 깎인 어린양을 성주간에 잡아서 주님 부활 대축일 축제 때에 사용한다.
어린 양의 털로만 짜인 대주교의 팔리움과 달리 교황의 팔리움에는 어린양 털뿐 아니라 어른 양털도 함께 사용한다. 이는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돌보아라” 하고 당부하신 예수님 말씀(요한 21,18)을 상기시킨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
'가 톨 릭 상 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91. 첫째 계명② (「가톨릭교회 교리서」 2086~2094항) (0) | 2022.11.16 |
---|---|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90. 첫째 계명① (「가톨릭교회 교리서」 2083~2085항) (0) | 2022.11.11 |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2)공의회 (0) | 2022.11.07 |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89. 십계명 (「가톨릭교회 교리서」 2056~2082항) (0) | 2022.11.01 |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21)제대 (0) | 2022.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