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숲이 가진 회복력

‘봄’이란 단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봄은 현실의 어려움을 버티는 희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봄을 언제부터라고 생각할까? 절기상 입춘은 찬바람이 가득해 봄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고 아마 3월이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봄이라고 생각하고 부활절쯤 되면 봄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숲에도 봄이 오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봄의 숲은 ‘생명’, ‘희망’이 넘쳐나 우리에게 기쁨과 탄성을 주는 동시에 경외와 겸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또한, 생명의 존귀와 삶에 대한 희망을 배울 수 있다.
봄의 나무와 숲은 생명의 역동을, 그리고 생명의 신비함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준다. 봄의 나무와 숲을 보면 그 색이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또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살아 있음의 변화를 시간의 단위로 느낄 수 있다.
굳이 숲을 찾아 확인할 필요도 없다. 출근길에 보는 담장의 개나리가 오후 퇴근길이면 더 짙은 노란색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겨울의 숲은 단순함과 적나라함을 보여주지만 봄의 숲은 다양함을 보여준다.
봄의 숲에 가보면 각기 다른 나무들의 성품을 엿볼 수 있다. 성질이 급한 나무는 벌써 잎을 돋우고 한창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데 게으른 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에 빠져 있다.
아름다움을 일찍부터 뽐내고 싶어 안달하는 나무는 벌써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한다. 어쨌든 이제 겨울 동안 움츠리고 쉬었던 생명 활동을 시작하려고 나무들은 기지개를 켠다.
이런 봄 숲의 변화는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새롭게 한다. 이제 막 피어난 잎사귀, 터질 듯한 꽃봉오리… 이것들은 마치 부드러운 아기의 피부 같은 순결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봄에 나온 새순과 잎사귀의 초록은 여름의 초록에 비해 해맑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면 나의 피부, 눈, 코에서 마치 각질이 벗겨지면서 새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 같다.
감각의 회복은 순수한 인간으로의 회복이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예민한 감각에 의존하여 숲에서 생활했다. 예사롭지 않은 바람 소리를 듣고 폭풍우를 대비하였고, 멀리 들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안전을 지켰다.
바람 한줄기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던 우리의 원래 감각을 현대의 우리는 모두 잃었다. 수많은 인공의 소리와 소음,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우리가 간직했던 감각의 능력은 상실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린다.
곧 감각을 회복하는 일은 건강하게 사는 길이며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봄의 숲이 바로 그 감각을 회복하는 길을 열어준다. 숲에서 나오는 감각의 원천은 인간의 감각과 코드가 맞는다. 그래서 역겹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또 시각적으로 본다면 숲이 만들어 준 자연미는 인공의 어느 것도 따라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리 생활에 숲의 녹색을 많이 응용하지만, 숲이 가진 녹색과는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봄 숲에서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다. 봄 숲은 마치 파스텔화를 감상하는 것같이 착각할 정도로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나타낼 수도 없는 색깔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봄의 숲은 우리에게 기쁨과 탄성을 주는 동시에 경외와 겸손을 느끼게 한다. 봄 숲에서 우리는 생명의 존귀와 삶에 대한 희망을 배울 수 있다.
봄 숲에 가면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힘들다고 느꼈던 삶이, 소중하고 희망찬 삶으로 바뀜을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봄 숲은 회복의 원천이다.
신원섭(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교회,문화,과학,군복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2) 봄을 알리는 산수유와 생강나무 (0) | 2023.03.27 |
---|---|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1)장우성 요셉 (하) (0) | 2023.03.22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4)지동설에 대한 극심한 반감 (0) | 2023.03.16 |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9) 장우성 요셉(상) (0) | 2023.03.14 |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0)숲은 근심과 걱정의 차단막 (0) | 2023.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