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4) 직면기법

dariaofs 2023. 4. 16. 00:13

자기 모습 똑바로 바라보고 깨닫도록 도와

마음에 상처가 되더라도
극단적 표현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변화하게 이끄는 것

 

성경의 과격한 표현은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직면기법과 유사하다. 직면기법은 극단적 표현을 사용해 마음에 데미지를 입힘으로써 스스로의 모습을 인지하도록 이끈다.


■ 성경에 오른 눈이 죄짓게 하면 오른 눈을 빼어 던지고, 오른손이 죄짓게 하면 그것을 잘라 던져 버리라는 말씀이 있는데,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죄를 안 짓는 사람은 없을 텐데….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마태오복음의 이 부분을 본 어떤 신자분은 “주님께서는 오른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던져버리라 하셨는데 만약 성경말씀 그대로 실천하려 한다면 자기는 남아날 신체부위가 하나도 없을 것 같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습니다.

 

그분의 말처럼, 성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성경의 이 부분을읽는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왜 이렇게 과격한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이 말씀은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직면기법과 유사합니다. 직면기법이란 무엇엔가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중독자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사소한 악습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 때 “사람이 사는 게 다 그런 거야”라 생각한다면 악습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때 정신 차리게 하려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즉 마음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힘으로써 중독적인 삶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또 이런 말씀은 심리적인 구걸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남편도 싫고 자식도 싫고 사는 게 다 싫어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하는 이야기는 한두 번은 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 하게 되면 듣는 사람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고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정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행여 불똥이 자기에게 튈까봐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이런 때 정신 차리게 해주는 말은 무엇인가? “당신이 그렇게 징징대는 게 지겹다. 나라면 자매 같은 사람과는 같이 안 살 것이다” 등등의 가슴에 못 박는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물론 듣는 사람은 자기편을 안 들어준 사람을 두고두고 미워하고 욕을 하겠지만, 때로는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조금씩이라도 고쳐간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의 또 하나의 의미는 성장, 도약하기 위해서 어떤 결연한 자세를 가져야하는가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무엇인가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단호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저 그런 자세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단호한 말씀을 하십니다. 몸의 한 부분을 잃는 것이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낫다고.

어떤 분은 그러십니다. “나는 심성이 여리고 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심한 말은 못한다”고.
과연 그럴까요? 사람이 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말을 못하는 것인가요? 사실은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싫은 소리 했다가 저 사람이 날 미워할지도 몰라”, “나도 잘 살지 못하면서 저 사람에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들은 콤플렉스에서 나온 생각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 말 해주지 않고 뒷전에서 험담할 때, 진정한 친구라면 정직하게 귀띔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마태 5, 27-30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