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7) 자선

dariaofs 2023. 5. 8. 00:42

오른손이 베푸는 자선은 왼손도 몰라야 합니다

자선 숨기라는 주님 말씀은
‘자기자랑용’ 자선에 대한 경고
조건없이 베푸는 게 참 자선

 

가진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때, 사회적 위화감은 커진다. 자선을 통해 그들이 어울릴 때 마음의 벽은 허물어지고, ‘함께’ 하는 공동체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 자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숨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선이 중요하다면, 더 많이 알려서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더 많이 자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교회에서는 자선을 강조합니다. 자선은 왜 중요한가? 자선은 사람을 심리적인 이기심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집에서 떼를 쓰던 아이들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를 하고 나면 철이 든다고 합니다.

 

사춘기를 겪는, 사치를 부리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오지에서 봉사를 하고 오면 검소해진다고 합니다. 자선이 아이들을 철들게 하는 것입니다.

자선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찌든 분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면서 마음의 위안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 그 한 가지 예가 될 것입니다.

 

위를 보고 살면 끊임없이 불만과 분노가 일어나지만 아래를 보고 살면 그런대로 지금의 삶이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자선은 사람 마음의 자존감을 살려주기도 합니다.

 

내가 남에게서 도움을 받을 때와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의 마음 상태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을 때 자존감이 떨어지지만,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 때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존감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가난하다 할지라도 자선을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선은 사회적 안정에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자선을 통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의 벽은 얼음처럼 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불신은 사회의 벽을 만드는데 이것은 얼음처럼 굳어서 아무리 깨려고 해도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벽이 허물어지지 않아서 가진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때 사회적 위화감이 생기고 근거 없는 적대감정이 퍼져 나갑니다.

좋지 않은 소문들을 퍼뜨리는 자들이 설치고 공산주의자들의 폭력혁명론까지 먹혀드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가진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옆으로 다가와서 자선을 한다면 그런 근거 없는 불필요한 감정들은 사라집니다. 자선의 온정이 얼음벽을 녹여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자선에 대한 경고를 하시는 것인가? 자선 자체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 자선에 대한 지적을 하시는 것입니다.

조건부 자선이란 자선을 하고서 상대방으로부터 감사의 표시를 받고 싶어 하거나 자신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는 등 사회적인 주목을 받기 위한, 즉 자기자랑용 자선 등을 말합니다.

 

이런 조건부 자선은 받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쉽고 자신 역시 스스로를 기만할 수 있기에 주님께서 경고를 하신 것입니다.

자선에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정신적 자선이 더 중요합니다.

 

정신적 자선은 마음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것,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 등이 정신적인
자선인데 이런 정신적 자선이 복음적 공동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은 자선하는 공동체, 상생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 마태 6,1-4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