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신앙이 짐이나 속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요즘같이 놀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다양한 세상에, 주일 미사 때문에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판공성사나 특강 등으로 본당을 방문할 때, 신앙에 대해 회의를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변화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신앙을 그만 내려놓아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분은 고해성사를 보긴 하지만 매번 같은 죄를 고백하고, 나아지는 것도 없어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농담 삼아 “매번 같은 죄를 짓는 것이 매번 새로운 죄를 짓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라고 해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신앙으로 인해 자녀나 배우자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 분도 많다. 성당에 나가지 않는 자녀를 보며, 혹시 내가 잘못 키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자녀를 신앙으로 잘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어떤 분에게는 평생의 짐이 되기도 한다. 자녀 신앙 교육 말고도 신앙으로 인해 가정에 불화나 마찰이 생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해도, 성당에 나가지 않는 자녀나 배우자 혹은 부모님을 생각할 때 찾아오는 불안감은 떨치기 어렵다.
신앙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신앙 자체로 인해서다. 신앙이 요구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한 교수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세상 사람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신앙이 가르치는 윤리 생활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과 거리가 있거나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동성결혼, 사형제도, 낙태, 안락사 등, 우리 사회에는 신앙과 마찰을 빚는 사회적 문제들이 많다.
신앙의 어려움은 평신도 신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한 선배 사제와 본당에 판공성사를 도와주러 갔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매번 판공 때 고해성사를 도와주긴 하는데, 열심히들 오셔서 성사를 보시기는 하는데, 다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당시 사제직에 갈등을 겪으셨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후 사제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충격이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 번은 신학교에 부임한 다음, 필자가 갖고 있던 이상과 신학교에서 직접 마주한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고, 신학교 신부님들에게 변화나 쇄신의 의지가 없어 보여서 회의감이 찾아올 때가 있었다.
당시 필자를 찾아온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뱅상 신부님을 만나 여러 날을 함께 지내며, 마지막에 필자의 고민을 꺼냈다. 신부님은 필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폴(바오로), 그 마음 이해해. 나도 그럴 때가 있어. 그런데 너에게 맡겨진 학생들이 매일매일 변화하는 걸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뱅상 신부님의 이 말씀이 나의 눈을 크게 뜨게 해주었다.
그렇다.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은 나와 함께 살면서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멀리 높은 곳만 보며 회의감을 갖고 있었구나.
여러모로 신앙은 어렵다. 그런데 한 번도 신앙에서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것은 신앙이 어렵지만, 그만큼 값지고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먼 훗날, 부족하나마 신앙을 잘 지켜낸 다음, 신앙이 주는 금은보화와 같은 열매들을 발견하며 기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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