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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상동공소, 2년 7개월 부활 여정

dariaofs 2023. 9. 9. 00:39

종탑 쪽 외벽은 원형대로 복원했다. 후면부 외벽 꼭대기에 있던 십자가는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제단을 복원하면서 빈 감실도 재설치했다.

 

무너진 성전을 감싸고 있는 담장은 두터운 옹벽토를 사용해 새로 쌓았다. 백미는 또 있다. 바로 ‘지붕 없는 성전 기도의 벽’이다. 화마를 딛고 소명의 장소로 부활한 원주교구 황지본당 관할 상동공소 얘기다.

상동공소는 2021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갑작스러운 화재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듬해 공소를 찾았다.

 

1년이 지났는데도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 아연강판 지붕은 자취를 감추고 종탑이 있는 전면부와 후면부 벽체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검게 그을린 벽체와 환풍기, 뒤틀린 철근은 화재 위력을 보여줬다.

 

남은 것은 숯덩이처럼 변한 성체와 감실, 일부 성물들이었다. 하지만 황지본당 주임 김기성 신부와 공소 식구 15명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마다 임시 공소에서 태백지구 본당 사제, 신자들과 함께 ‘상동공소 화재 수습 및 복원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그렇게 2년 7개월여가 흘러 상동공소는 기도와 신앙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소는 6일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봉헌 미사와 봉헌식을 거행했다.

 

조 주교는 “화재의 상흔은 남아 있지만, 본당의 노력 덕분에 다시금 성전이 문을 열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신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늘이 성전이 되고 또 산이 성전 벽’이 되는, 있는 그대로 복원이라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고난과 고통의 여정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참나’를 발견하는 복원과 희망의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공소 미사는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오후 2시 봉헌된다. 끝으로 ‘잿더미로부터 기적’을 일군 김기성 신부를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