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인’이란 생각에 갇혀있는 이를 구하는 일
의인은 스스로 정의롭다 여겨
오만함에 빠진 채 타인을 평가
죄인은 자신의 잘못에 집중
반성하며 사는 이들을 의미
■ 성경에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말씀은 죄를 짓고야 마는 제게 위안이 되는 말씀입니다만, 거꾸로 생각하면 ‘의인은 부르시지 않는 건가’하는 의문도 듭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에게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선한 사람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공동번역 성서 마태 9,13)
그렇다면 선한 사람들은 주님께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말씀인 것인지…. 이 대목을 두고서 신자분들이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 성경의 말씀들 중에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한 것들이 많습니다. 주님께서 역설적인 비유를 하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선한 사람이란 정말로 선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주님 당대에는 바리사이들이 그러했습니다.
바리사이 같은 자들은 스스로를 정의롭고 선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하면서 대화하길 거부한 자들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자신들은 신의 영역에 들어간 사람들이라고 자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구원 여부에 대해 자신들이 판단할 권한을 가졌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비단 종교계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오만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이들은 정의감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들을 단죄하거나 심지어 학살하기조차 합니다. 자신들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 이들 마음 안에는 하느님의 현존은 없고 악의 세력만 존재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처럼 스스로 선한다고 하는 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들인지를 잘 알고 계셔서 그들과 거리두기를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죄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이 깨끗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소심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문제가 많음을, 스스로 죄 중에 사는 사람임을 자인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단죄하기보다는 그들의 회개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사람의 탈을 썼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내적 수준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정서적 양반과 상것들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돌아봅시다. 어떤 사람들이 많은가요?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자기 반성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아니면 매사 남의 탓만 하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애석하게도 신종 천민들이 늘어나는 듯합니다. 교사 학대, 대리기사 폭행 등등 스스로 갑이라 여기는 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업신여기는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마태 9,10-13
예수님께서 집에서 식탁에 앉게 되셨는데, 마침 많은 세리와 죄인도 와서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것을 본 바리사이들이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영성심리학적 성경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9) 친구 (0) | 2023.10.19 |
---|---|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7)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0) | 2023.10.10 |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5) 중풍 병자 (0) | 2023.09.21 |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4) 마귀, 그 기묘한 존재 (0) | 2023.09.12 |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3) 약한 자의 기도 (0) | 202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