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싹 틔울 마음 밭 일구기
우리는 소비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이 돼버린 듯하다. 심지어 영적인 것조차 상품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향유하는 소비문화가 쓰레기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신학교에서 후원 회원을 위한 피정을 준비하면서, 500명이나 되는 방문객을 대접하기 위해 도시락 이야기도 나왔지만, 쓰레기 문제로 인해 학교에서 직접 국과 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국 하나에 김치, 깍두기가 전부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피정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거라 기대해 본다.
소비시대에 살다 보니, 신앙도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신앙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며, 성당은 서비스 센터가 아니다.
신앙인이 소비자와 다른 점은, 계속해서 변화와 성장을 지향하며 발전해가는 영적인 존재라는 것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9 참조)는 많은 생각 거리를 준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어떤 것들은 돌밭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졌다.
이 비유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으로 알아들을 수도 있지만, 예수님의 교육학적 의도를 고려한다면, 한 사람의 여러 상태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은 하느님 말씀이 사람의 마음에 뿌려져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말씀을 듣고 곧바로 잊어버리거나, 환난이나 박해로 넘어지기도 하며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에 빠져 신앙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를 거친 다음 말씀을 새롭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좋은 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 삶의 여러 계기를 거치며 말씀을 받아들여 싹을 틔우고 자라날 만큼 비옥해진 마음일 것이다.
다른 한편, 예수님의 비유는 신앙이 자라기 위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해준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잘 어우러진 상태여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해도, 씨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싹을 틔울 수 없다. 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은 외부의 물기를 받아들여야 하며, 물기가 깊숙이 배어들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열고 깨뜨리는 순간이 필요하다. 이를 자신에게 죽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환경은 어떠한가? 텔레비전, 스마트폰, 다양한 소비와 여가 문화…. 그중에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말씀이 우리 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말씀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바로 침묵일 것이다. 필자는 한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 벽에 걸려 있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땅속에서 삭는 씨앗의 침묵을 배워야 한다.” 씨앗이 자신을 깨고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우리 역시 침묵 속에서 자신을 비우고 버리는 시간, 자신을 깨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덧붙이신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르 4,9)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는 들을 준비를 갖춰야 하며,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찾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없다.
반대로 찾는 사람, 더 나은 삶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마음을 열고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열려 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묻자. 우리는 마음이라는 땅의 개간에서 어디쯤 와 있는가?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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