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독립 항쟁사와 순교사에 함께하신 주님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은 유다교 히브리어 타낙 성경에 수록돼 있지 않습니다. 구약 성경 제1경전인 유다교 정경에는 없지만 구약 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에는 수록된 책들을 ‘제2경전’이라고 합니다.
제2경전이라 해서 그 권위나 중요성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히브리어 성경과 헬라어로 쓰인 토빗기, 유딧기,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을 구약 성경 정경으로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유다교 히브리어 정경만을 구약 성경으로 인정하기에 제2경전을 구약 성경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에는 ‘Μακκαβαιων ΑㆍΒㆍΓㆍΔ’라는 이름으로 네 권의 마카베오기가 수록돼 있습니다. 이중 ‘Μακκαβαιων ΑㆍΒ’가 고대 동ㆍ서방 교회 안에서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를 ‘ⅠMachabaeus’, ‘ⅡMachabaeus’로 표기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성경」은 ‘마카베오기 상ㆍ하 권’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마카베오기는 헬레니즘 시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일한 책입니다.
마카베오기는 셀레우코스 4세 통치 말기인 기원전 176년부터 유다의 대사제 요한 히르카노스가 하스모네아 왕조의 임금으로 즉위하는 기원전 134년까지 반 세기가량의 역사만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유다 땅은 셀레우코스 왕조의 속국이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마카베오기 상권이 시몬의 아들 요한 히르카노스 치세 말기 또는 알렉산드로스 야나이오스의 재위 초기 때인 기원전 100년께 저술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원전 63년 로마 폼페이우스 장군이 유다를 침공해 군홧발로 예루살렘 성전 지성소를 난입했는데 저자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로마인들을 호의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울러 마카베오기 하권 또한 기원전 124년에서 기원전 63년 사이에 쓰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하권의 저자가 셀레우코스력 188년(기원전 124년)에 두 번째 편지를 보낸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2마카 1,10)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은 저자가 다른 완전히 별개의 작품입니다. 마카베오기 상권은 유다 마카베오와 그의 두 형제인 요나탄, 시몬이 유다 독립을 위해 벌인 저항 운동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카베오기 하권은 안티오코스 4세의 유다교 박해 이전 시대에서 시작해 대사제직을 차지하려는 일부 유다인의 음모, 안티오코스 4세의 유다교 박해에 저항한 유다인들의 순교와 항쟁사를 다룹니다.
하지만 마카베오기 상ㆍ하권은 모두 유다 마카베오와 그 형제들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셀레우코스 왕조로부터 유다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고,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가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돼지를 제물로 바쳐 모독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해 다시 봉헌하고 신앙의 자유를 되찾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카베오기 상권은 예루살렘의 헬레니즘화(1마카 1,11-15)와 안티오코스 4세의 성전 모독 사건(1마카 1,20-28), 유다인과 유다교 박해(1마카 1,29-64)를 기술하면서 마타티아스에서 시몬까지 이어지는 하스모네아 가문의 마카베오 항쟁의 배경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하스모네아 가문의 마카베오 항쟁(1마카 3,1─16,10)을 기술하고, 기원전 130년께 마카베오 항쟁의 마지막 주역인 시몬이 살해당한 사건(1마카 16,11-17), 하스모네아 왕조의 첫 통치자인 요한 히르카노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끝맺습니다.(1마카 16,18-24)
마카베오기 하권은 안티오코스 4세의 유다교 박해 이전 시대(기원전 187~기원전 175년)에서 시작해(2마카 1,1─2,18) 안티오코스 4세에 저항한 유다인들의 순교와 항쟁사(2마카 2,19─13,26)를 기술합니다. 그리고 유다 마카베오의 전승(2마카 14,1─15,36)을 전합니다.
마카베오기 상권은 하느님의 구원이 하스모네아 왕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경외심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고 승리가 오는 곳은 “하늘”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교 풍습을 거부하며 율법을 지켰음을 증언합니다.
마카베오기 하권은 예루살렘 성전 정화 사건을 부각합니다.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 성전을 모독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유다인들이 죄를 지었고 대사제들이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성전을 되찾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군사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하느님께 간구하는 자세입니다. 마카베오기 하권은 하느님의 자비를 부르는 것은 ‘순교자들의 피’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개입하심으로써 성전 정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덧붙여 죽은 이들이 부활할 것이라고 합니다. 경건하게 죽은 이는 훌륭한 상이 마련돼 있으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 경 자 료 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6) 욥기 (0) | 2023.11.13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5) 시서와 지혜서 (0) | 2023.11.06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3)에스테르기 (0) | 2023.10.24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1)토빗기 (0) | 2023.10.13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0)느헤미야기 (0) | 2023.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