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씨앗 떨어지는 곳… 당신은 어떤 땅인가요?
좋은 땅이라 자만하는 것보단
자기 문제 인정하는 겸손 필요
■ 성경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으면, 저는 좋은 땅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 되곤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땅’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복음에서 사람들을 분류합니다. 길바닥 같은 사람, 돌밭 같은 사람, 가시덤불 같은 사람, 좋은 땅 같은 사람.
좋은 말씀을 들어도 씨가 먹히지 않는 사람들을 길바닥과 돌밭, 가시덤불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 내용은 종교지도자들이 신자들을 평가할 때 사용하면 정서적 폭력이고, 신자 스스로 자신을 그렇다고 생각하면 정신적 자학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자기 의지로 성장시킬 수 있을 만큼 능력이나 역량이 있질 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 안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거나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결핍돼서 심리적 불균형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속된 말로 거의 대부분이 환자들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보고서 “넌 왜 믿음이 약하냐”, “왜 복음말씀대로 살지 못하냐”, “너는 왜 마음이 길바닥이고 돌밭이고 가시덤불이냐”고 질책하는 것은 정서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때는 왜 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왜 내 마음이 길바닥 같을까?”, “왜 내 마음이 돌밭 같을까?”, “왜 내 마음이 가시덤불 같은 것일까?”하고 물음을 던지고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근본적인 문제를 볼 수 있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오랫동안 원인 분석보다는 외적으로 드러난 모습을 보고 윤리적·도덕적 판단을 하거나 정죄하기도 하고 심지어 마귀 운운하면서 정서적 폭력을 가하는 일을 비일비재하게 저질러왔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신자들이 스스로를 정죄하고 자신을 구원받을 자격조차 없는 구제불능이라고 여기면서 병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됐고, 신경증적 증세들, 종교적 우울증, 완전강박증, 구원불안증 등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시고 오그라든 손을 펴게 하신 주님과는 정반대의 어리석은 짓을 종교지도자들이 행해온 것입니다.
간혹 스스로 ‘좋은 땅’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는 늘 기도 중에 살고 있으며 하느님의 뜻을 살피면서 한 점의 죄도 짓지 않고 산다고 은근히 자랑하는 사람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진 영적 교만 중독자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참 겸손한 사람들이며, 주님께 사랑받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역설입니다
심리치료에서는 치료가 되는 사람은 자기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자기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치료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성격장애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잘 보이고 자기문제는 안 보이는 사람들, 스스로 좋은 땅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이 복음의 내용을 거꾸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라는 주님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 마태 13,1-9
그날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물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자,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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