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활동 믿고 의탁할 수 있는 용기 필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계제도 교회론에서 하느님 백성 교회론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교회를 특정 지체를 중심으로 혹은 그 일부 지체들을 기초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체들이 하느님으로부터 고유의 사명을 받아 주체적이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하느님의 소유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회론 안에서 하느님 백성 전체는 상호 동등성을 넘어 ‘상호 섬김’의 자세로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 전체에 대한 공통의 활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범에 따라 교회는 직무와 은사의 다양성을 내포한 일치를 지향합니다.
하느님 백성 교회론으로 전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고귀한 유산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론을 반영해 ‘함께 참여함’, ‘함께 감’, ‘임무의 공통 수행’의 정신을 여정에 반영했습니다.
교황은 평신도와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가까이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시노드 정신의 쇄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공통된 참여라는 면에서 시노드는 민주주의적 특성을 보입니다. 다만 권위의 기준이 그리스도이며, 성령 안에서 듣는 하느님 말씀에 의한 식별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다수결 결정 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결정 도달 과정과 결정 내리는 것 구분
이러한 시노드와 민주주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모호한 상태에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교구별 단계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 따르면, 시노드 시작 단계에서부터 소극적 태도, 의무감, 주저, 귀찮음 등의 정서가 자리하였습니다.
특히 교구 시노드를 경험한 교구들에서는 시노드를 해도 변화하지 않는 교회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변화하지 않는 교회에 대한 회의감은 시노드를 통해 제시한 자신들의 의견이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이에 대한 실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노드와 민주주의의 차이점과 관련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시노달리타스)」 문헌은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결정하는 작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
“식별과 자문과 협력의 공동 작업을 통하여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decision-making)과 사목적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decision-taking)을 구별해야 한다.”(69항) 이 두 가지는 직무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를 민주주의 차원에서 혼동하게 되면, 어차피 사목자가 결정할 건데 의견을 모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태도가 시노드 과정 안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결정을 내리는 것을 구분하고, 시노드를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 구조와 동일한 것으로 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정서적 차원과 영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노력도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속한 수도회는 자문 기구와 결정 기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자문 기구에서 몇 개월 동안 자료를 모으고 심사숙고해서 결정 기구에 최종 의견을 올립니다.
장상의 최종 결정에 자문 기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정은 장상이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매번 허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매번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성령의 활동을 믿고 의탁할 수 있는 용기를 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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