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의 솔직한 고백
시노드를 통해 교회는 친교를 실천하고 참여를 실현하며 선교 사명에 자신을 여는 데에 어떤 과정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하느님 백성이 복음화 사명(선교)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친교를 통해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2회기를 준비하고 있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회의 함께 걷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함께 자문하고, 자문 과정 안에서 경청과 대화를 통해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의 친교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1회기 동안 자문과 대화의 과정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면서 함께 걷는 교회’에 대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보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는 이 과정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제들의 상처를 함께 아파하고, 존중과 돌봄을 통해 시노드 정신에 따른 친교를 실천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함께 걷기를 통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련의 절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두 가지 차원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적 친교에서 영적 친교로 이어져
시노드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걷는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례를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당시 추기경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몇 개월 동안 사임하고 싶었지만, 당신이 나의 후임자가 될 것 같아서 사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추기경에서 은퇴한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가 그것을 허락한다면, 당신은 나의 후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솔직히 그 사실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당신의 스타일과 방법은 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말하는 거나 생각, 행동, 대부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이 왜 지금 교회에 필요한지 알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나의 후임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사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대화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함께 며칠 머문 후에 나눈 대화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묘사된 두 교황의 첫 대화 장면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자신의 신념을 조금도 굽힐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격렬하게 서로의 차이를 확인한 두 교황은 같은 숙소에 묵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두 교황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두 교황이 이룬 인간적인 친교는 하느님 안에서 함께 걷는 동료임을 깨닫는 영적인 친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부족함 채워주실 수 있다는 믿음
두 교황이 나누었던 영적인 친교는 자신들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교황직을 수행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의 장상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부족으로 교회와 형제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고백합니다.
그리고 부족함을 인정하기에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영적인 친교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창현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양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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