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앙 돋 보 기

[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2. 성 임치백 요셉

dariaofs 2024. 1. 17. 00:20

윤영선 작 ‘성 임치백 요셉’



출생 | 1803년 서울
순교 | 1846년(43세) 포도청 옥 / 교수
신분 | 사공, 포졸


1월 7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8일은 주님 세례 축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공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하니, 세례는 하느님께서 세상에 드러난 공현의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순교자의 세례도 세상에 천주를 드러낸 작은 공현임을 알게 되었다.

김대건 신부 만나 감옥에서 영세

임치백은 세례를 받기 전부터 천주교에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옥에 갇힌 교우들을 돌보는가 하면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1846년 그의 아들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도와 황해도 해안에 갔다가 함께 체포되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치백은 황해도까지 찾아가 스스로 붙잡혀 서울의 포도청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김대건 신부를 만났다. 그리고 그분 말씀에 크게 감복하여, 요셉이라는 본명으로 옥중 세례를 받았다.

임치백 요셉의 옥중 일화는 유명하다. 한번은 십계명을 외워보라는 포장의 말에 답을 하지 못했다.

 

형리가 조롱하자 그가 말했다. “자녀가 무식하면 효도할 수 없습니까? 아닙니다. 무식한 자녀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모께 효도를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배운 것이 없으나 천주께서 저의 아버지이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초라한 옥중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임치백의 영세와 신앙고백은 천주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낸 작은 공현이다.

옥중 영세와 신앙고백은 ‘작은 공현’

지난해 주님 공현 대축일에 서울 종로성당 미사에 참여하였다. 종로본당은 포도청 순교자를 현양한다. 성전에 들어서자 파이프오르간과 열두 사도의 천장 부조가 눈에 들어왔다.

 

빵 다섯 개 모양의 간접 조명에 제대 위 예수님의 후면에서는 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성당 곳곳에서 마주하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은 거룩함의 영역으로 영혼을 이끄는 듯했다.

 

저 아름다움은 분명 아름다움의 극치이신 하느님의 자취일 것이다. 소박한 구유에는 아기 예수가 동방박사의 경배를 받고 있다.

 

박사들도 세상에 오신 절정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고 있다. 지하에 있는 포도청(옥터) 순교자 현양관에서는 해설사가 박해의 역사와 고통 중에도 신앙을 고백했던 성인들의 말씀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눈물과 함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수많은 순교자 기념하는 종로성당

옛 좌·우포도청, 의금부, 형조, 전옥서 등에서 순교한 수많은 순교자를 기념하는 종로성당은 성령의 그느르심이 강해서인지 더욱 거룩하게 느껴졌다.

 

겨울이지만 밝은 햇살이 가득한 종로 거리를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걷는다. 거리 곳곳에서 성인 성녀들의 자취가 살아나는 듯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한국의 모든 땅이 거룩하게 느껴진다. 거룩한 순교자의 땅에서 숨 쉬고 산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포도청의 종로에서 성인의 세례를 기억하며 이는 감사와 행복을 초라한 나의 마음에 허락하신 주님 공현의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