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동방 박사들처럼
“그들은 하느님을 찾고 자신을 찾는 이들이었습니다.”(「성탄」, 바오로딸, 2010, 109쪽)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한 성탄 강론에서 동방 박사들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다. 우리의 신앙과 삶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동방 박사들은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전형이다. 마태오 복음서가 기술한 그대로 그들이 실존한 인물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걸은 여정이 바로 우리 각자가 걷는 하느님을 찾는 영적 여정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별을 쫓아 길을 나섰다. 그들은 익숙하고 안락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더 좋고 진실한 것을 찾기 위해 떠난 사람들,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길 위에서 위기를 겪기도 하였다. 여행길의 이정표인 별이 사라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별이 자취를 감춘 곳은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이다.
하느님께서 거룩하고 화려한 도성, 온갖 권력가와 지식인, 종교인이 운집해 있는 곳에 계실 법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준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기준에 맞추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하느님의 길은 분명 인간의 길과 다르다. 그들은 보잘것없는 고을 베들레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다시 나타난 별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으며, 베들레헴의 연약한 아기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엎드려 경배한 후 예물을 드렸다.
우리도 동방의 박사들처럼 별을 쫓아 길을 나선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평범하고 때로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아름답고 기쁜 수많은 일들로 가득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쓴 역사들, 맞닥뜨린 사건들과 경험들, 그 모든 것 안에서 우리는 더 좋고 나은 삶, 더 진실한 삶을 찾았고, 우리의 별이신 하느님을 찾고 있었다.
박사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가 걸은 길은 고뇌와 번민, 좌절과 절망, 위기와 역경, 실패 등으로도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더 힘을 내어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가진 짐을 내려놓고 우리의 기준을 버리게 하는 계기들이었다.
우리는 조금씩 가난을 배우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겸손을 배웠으며, 화려한 도시나 권력과 지식이 아닌, 가난하고 소박한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었고, 용기를 내어 길을 걷는 법을 배웠다.
하느님을 발견하는 박사들의 여정은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별을 쫓아 하느님을 찾으며, 조금씩 하느님의 방식과 기준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분의 가난과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가난하고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고 수용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그런 자신과 하나 되심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들어 높임을 받았는지도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 역시 하느님을 찾는 여정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있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을 동방의 박사들과 함께 경배하며, 무한한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와 하나 되기 위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함과 동시에, 우리 또한 당신처럼 별이 되는 여정을 걷도록 우리를 숭고하고 고귀한 존재로 들어 높여주심을 깨닫게 된다.
동방의 박사들이 걸은 여정의 마지막은 ‘다른 길’이다. “그들은 다른 길로 자기 고장으로 돌아갔다.”(마태 12,12)
하느님을 발견한 후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자신을 그리고 이웃을 더는 이전처럼 대할 수 없게 되었다. 박사들과 구유 경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도 우리 자신을 그리고 이웃을 더는 과거처럼 대할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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