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함께 걸었던 첫 총회의 기억
시노드 정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서 이루어진 교회론적 쇄신의 토대 위에서 교회가 지향해야 할 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의 고유한 특성을 가리킵니다.
시노드 정신을 실행하는 데에서, 하느님과 결합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일치하는 가운데, 진실하게 자신을 내어 줌으로써 실현되는 친교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인간의 소명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사목헌장」 24항,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43항 참조).
이러한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현재 제2회기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제1회기 여정 동안 하느님 백성에게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자문 과정은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불어넣고 관계를 만들어 내며 희망을 일깨우고 서로에게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도출한 결과를 존중하는 절차일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과의 일치 안에서 자신을 내어 주는 교회론적 친교의 기회였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의견 함께 고민
필자가 속한 수도회는 3년마다 총회를 열어, 지난 3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3년의 방향성을 설정합니다. 총회는 교회론적 친교의 차원에서 양성기에 있는 형제들을 제외한 모든 회원이 참석하여, 자문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1차 자문 과정은 참석한 회원을 6~7명 단위로 나눠 양성, 사도직, 수도생활 등의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2차 자문 과정은 1차에서 나온 의견을 모두 취합해 참석한 회원 전체가 함께 모여 의제를 도출하고 토론하여 최종 실행 노선을 채택합니다.
수도회에 입회하고 처음 참석한 총회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원들이 내어놓은 모든 의견을 전체가 함께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 과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수도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회원들이 함께 걱정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필요한 의견 수렴의 시간을 줄이고,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갖기 위한 취지에서 자문 과정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효율적인 총회 운영을 위해 총회 전에 질문지를 통해 총회 기간 다뤄야 할 의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총회 기간에는 수렴된 의견을 통해 사전에 도출된 의제들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담대하게 말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
만일 누군가 필자에게 필자가 속한 수도회가 시노드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질문한다면, 필자가 처음 참석했던 총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 당시 총회는 담대하게 말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리였습니다. 현실을 모르고 내놓는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무시하지 않고 일단은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고 지치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되기도 하였으며, 누군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견에 대해서 다수는 시큰둥하기도 했습니다.
대립이 너무 첨예해서 차라리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의제도 있었습니다. 요즘 총회는 회원들의 자문을 직접적으로 듣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회가 큰 무리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다고 평가하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필자는 그때가 그립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함께 걷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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