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교회상식 속풀이] 59. 부양가족이 없으면 수도회에 입회할 수 있나요?

dariaofs 2014. 5. 22. 01:30

 

오늘 속풀이의 질문이 좀 모호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모셔야 할 부모님이 계신데도 수도회에 입회를 해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부양가족은 구체적으로 미성년인 자녀이거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제 부모님께서는 저보고 생계를 책임지라 하지 않으시고 수도생활을 허락해 주신 셈이지요.

 

얼마 전에, 현재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어떤 어머니께서 물어오셨습니다. 아이가 다 자라 제 살 길 찾아가면 자기는 수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실제로 그게 가능하냐고요. 흠…… 아주 멋진 소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기에 앞서 저는 정반대로, 사목에서 은퇴할 수 있다면 결혼 생활을 하는 게 가능할까 하고 내심 질문해 봤습니다.

 

하지만, 수도생활을 일궈나가는 과정 중에서 이미 종신서원(유기서원은 청빈, 정결, 순명의 약속을 지키는 데 일정기간이 정해져 있는 반면, 종신서원은 하느님 앞으로 갈 때까지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뜻합니다)을 한 이들은 신분상 은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사제직도 한 번 주어지면 물릴 수 없는 것이므로 사제 독신에 대한 법적규정이 존속하는 한 이론적으로 성사로서 혼인은 불가능합니다. (설령 교회법상 사제독신 규정이 해제된다고 해도 수도회 소속 사제들이 서원하는 정결은 공동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의미를 가지며 교회법이 아닌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차원인지라 변함없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됐지요. 이런 개인적 감상은 이 정도에서 멈추고 다시 그 어머니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분의 질문을 좀 더 일반적으로 풀어보면, "과연 자녀가 다 자라 시집 장가를 보내고 나면 수도회 입회가 가능한가" 입니다.

 

   
 ⓒ한상봉 기자

 

교회법을 통해 볼 때, 이런 상황 안에서 수도 성소를 새롭게 희망하게 된 신자가 수도회에 입회할 수 없다는 규정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니 내가 입회를 원하는 수도회에서 나를 받아주겠다고 한다면 수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수도자로 입회가 가능한 교회법상의 연령은 만 17세 이상이어야 합니다(교회법 제643조 참고). 그러나 입회규정은 수도회 별로 또 지역별로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만 18세 이상이고 고등학교를 마친 연령부터 입회 허락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반적으로 입회가 가능한 최고령은 마흔 다섯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나이를 드신 분들은 입회를 청하는 수도회의 최고 책임자가 특별 허락을 해줘야 입회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사제품을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즉 아들이나 아버지나 부양해야 할 가족은 없었던 것이지요. 아내는 먼저 하느님 품에 안겼고, 아들은 신학교에 입학했으니 아버지도 사제성소를 생각해 본 것입니다.

 

다른 사례는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운 후 환갑을 넘기고 입회를 하신 수사님도 있습니다. 입회 심사를 하는 동안 그 나이에 입회하여 얼마나 활동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분은 사목 활동을 위해 백 살까지 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일화지만, 실제로 그분의 입회가 허락된 것은 그분 자체가 매우 겸손하고 신앙의 여정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낯선 것이기는 하지만 17세기 프랑스에서는 신심이 과했던 엄마가 취학 연령의 아들을 기숙사 학교에 맡기고 수녀원에 입회한 예도 있습니다.

 

옛날 유럽에서는 노년에 들어서면 개인의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하고 그 수도원으로 들어오는 일이 적잖이 있었다고 합니다.

 

재산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나름대로 사회적 신분이 높았을 텐데…… 수도생활을 잘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기 재산을 포기하고 입회를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 집안과 수도회가 분리되지 못한 상황을 연출했으니 말입니다.

결국, 오늘 속풀이의 질문을 제기한 분과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수도원 입회를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겸손이라 하겠습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이뤄보자 하는 것보다는 온전히 현실의 삶을 하느님께 맡기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참으로 겸손하지 않으면 그동안 살아온 자기의 생활습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기 편의대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일의 주도권을 쥐시도록 나 자신이 넉넉해지지 않으면 그에게 수도생활은 매우 힘든 고난을 선물할 것입니다.

인도의 어느 지역에서는 사람의 수명을 예순 내외로 두고 인생을 세 단계로 나눈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태어나서 스무 살까지입니다. 이때는 부모의 슬하에서 배우고 자라는 때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스물에 결혼하여 마흔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이 동안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이가 장성하여 결혼을 통해 부모를 떠날 때까지 돌봅니다.

 

마지막 단계는 수도자(혹은 구도자)의 삶입니다.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나서 부부는 서로 헤어져 여생을 수도자의 삶에 봉헌한다고 합니다.

 

기혼자이면서 수도생활을 동경하는 분들이나 반대로 수도자이면서 결혼생활에 대해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며, 어쩌면 자녀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구도자로서 삶의 각 장을 넘기고 경험하는 것이 풍요롭게 인생을 엮어나가고, 개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