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이 땅의 한국인, 그리고 이주민] ④문화이주센터 ‘아시아의 등대’(끝)

dariaofs 2015. 4. 24. 06:21

함께 짓고 함께 하는 ‘문화 나눔’의 공간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1308호)부터 19일 부활 제3주일(1310호)까지 평화신문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짚고, 이주민 사목을 활발히 하고 있는 본당을 소개하며 본당 차원의 이주사목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 땅의 한국인, 그리고 이주민’의 마지막 순서로 이주사목의 새로운 개념을 보여주는 ‘아시아의 등대’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가 이주민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순 시기를 지나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이주민들도 우리나라에서 부활의 기쁨을 느끼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사제와 건축가, 문화 기획자가 뭉쳤다. 국내 거주 이주민 170만 명 시대, 이주민과 선주민(그 지역에 먼저 살고 있던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신개념 다문화센터를 짓기 위해서다.

2016년 경기 파주 봉일천리에 들어설 의정부교구 파주엑소더스(이주민센터)의 새 보금자리 ‘아시아의 등대’는 기존의 이주민센터와는 설립 목적부터가 다르다.

 

지금까지의 이주민센터가 이주민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면서 외국인을 ‘한국화’ 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아시아의 등대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나누며 문화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다문화센터를 지향한다.

 

무엇이 열등하고 우월하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로 접근하기에 국적에 상관없이 형제애를 느낄 수 있다.

아시아의 등대 콘셉트를 기획한 서해성 작가는 10년 전부터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을 꿈꿨다.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인데도, 그동안 정부나 시민 단체에서는 ‘이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다”며

 

 “단순히 이주민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물질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들이 한국에서도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며 선주민들과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의정부교구와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둠 속을 가르는 한 줄기의 빛처럼 이주민과 선주민들의 조화를 지향하는 ‘아시아의 등대’는 이런 문화 공간이 아시아 전역에 퍼져나가기 바라는 염원을 이름에 담았다. 원대한 목표를 가진 만큼 이주민과 선주민이 각자의 문화를 나누는 장으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서 작가는 “이주민뿐 아니라 선주민들이 먼저 찾아오고 싶을 만큼 건축물과 문화 프로그램도 최고 수준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예술 작품 같은 공간에서 태국, 필리핀, 몽골 등의 문화를 배우고 우리나라 최고의 화가,

 

음악가에게 수업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해성 작가는 문화방송(MBC)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역이다.

설계를 맡은 조민석 건축가는 2013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을 만큼 세계적 건축가로, 이번 프로젝트에 흔쾌히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종교계와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이 힘을 합치고 있는 아시아의 등대 프로젝트에 독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등대’ 건축에 도움 주실 분 : 우리은행 1005-402-6265-94  (예금주:천주교 의정부교구)

김유리 기자 (평화신문)

문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 선주민 이주민 함께 이용하는 '센터' 건립

요즘 꽃들이 만발했다. 산이며 들이 온통 꽃밭이다. 갖가지 색깔과 모양의 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자연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봄나들이를 간다.

 

그런데 만약 산과 들이 온통 장미로만 덮여 있다면 어떨까? 장미가 예쁘다는 건 비교할 다른 꽃이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 비교할 대상이 없는 세상은 지루하기도, 무섭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이 획일성보다 아름답고 풍요롭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다. 그 한 예가 ‘아시아의 등대’ 프로젝트다.

아시아의 등대 프로젝트는 ‘시혜자인 선주민, 수혜자인 이주민’이라는 개념의 한계에서 태동했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이주민센터를 포함한 대부분 이주민센터는 위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이주민의 대량 입국에 따른 시급한 과제 해결 때문에 불가피했다. 하지만 위의 개념으로 이주민센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이주민센터는 말 그대로 이주민만을 위한 기관이 되고 만다.

 

시급한 과제가 해결되었다면 사회 통합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는 선주민과 이주민의 교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선주민과 이주민의 소통과 공감을 연결해줄 다리는 무엇일까?

바로 ‘문화’다. 어느 민족이건 노래와 춤과 그림이 없는 민족은 없다. 그리고 노래와 춤과 그림은 언어 없이도 타민족에게 감정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를 통한 소통은 거부감은 적지만 효과는 크다.

그래서 아시아의 등대와 같은 문화이주센터의 개념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 기타를 잘 치는 한국어교실 학생이 한국인 선생님에게 기타를 가르칠 수 있고, 베트남 요리를 잘하는 종업원이 한국인 사장님에게 쌀국수와 월남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국적과 지위를 떠나 문화를 통해 선주민과 이주민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어찌 아름답고 평화롭지 아니할까.

다행스럽게도 가톨릭 교회와 시민문화예술계, 사회학계뿐만 아니라 이주민들도 이 프로젝트에 호응하며 참여하고 있다. 건립될 이 센터는 누구만의 것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의 것이다.

 

금전이든 재능이든 기부한 모든 이의 이름은 아시아의 등대에 새겨져 아시아를 향한 불빛으로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이상민 신부(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파주엑소더스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