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의 기쁨과 남과 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겪은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이 겪었던 분단의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귀양살이 70년을 기억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2역대 36,21 참조), 올해 2015년이 분단과 갈등의 7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를 여는 해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소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2코린 5,18)을 소명으로 남겨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거짓 평화와 자기 위안에 빠져 남북 분단의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을 눈감아버린다면 신앙인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분단된 남북한이 ‘평화의 기초이며 평화로 향하는 길인 형제애’를 회복할 것을 바라셨고, 모든 신자에게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죄악인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하라고 강력히 권고하셨습니다.
점점 심해져 가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탐욕적 이기주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대하여 무관심하도록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인 북녘 동포들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마음으로 도울 때, 우리 믿음이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야고 2,14 참조).
부활의 증인인 교우 여러분!
죽음의 어둠을 넘어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은, 십자가 위에서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하신 예수님의 전적인 신뢰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현실이 어둡더라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기쁜 소식이 울려 퍼지도록 주님께 간청합시다.
이 땅에 평화를 이루고자 애쓰는 모든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참된 평화의 도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2015년 6월 1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유영근 야고보 신부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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