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환원주의 경계해야
지난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하고, 전 지구적 차원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생태적 회심을 요청했다.
이른바 ‘환경 회칙’이라고 부르는 이 회칙은 발표 전부터 각계의 관심과 기대, 그리고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기경 시절, 함께 문헌 작업을 한 적이 있는 페루 후안카요 대교구의 페드로 바레토 히멘토 대주교는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회칙에는 많은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 비판자들은) 돈이 생겨나는 게임의 법칙을 여전히 자기들이 정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미국 공화당과 우파 인사들은 회칙 발표 이틀 전, 프란치스코 교황에 “세속에 개입 말라”고 강력히 반발했으며, 공화당 전 상원의원 릭 샌토럼도 필라델피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남겨두고 교회는 신학과 도덕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회칙에 쏟아진 비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며, 교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요청에 대한 응답을 한국 교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환경 회칙’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환경회칙’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조금은 우려가 됩니다. 교황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환경 문제로 드러나는 문제를 통해 인간학적, 사회학적, 인식론적 패러다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서울 신정동본당)는 이번에 발표된 회칙에 대해 ‘환경’을 앞세우면,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환경 보호’와 같은 개념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무엇보다 회칙이 제기하는 근본적 문제를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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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정평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환경 회칙'은 단순히 환경 보호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 혁명, 전 지구적인 인식과 삶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
먼저 교황이 회칙을 통해 제기하는 문제는 지난 2세기동안 인류를 지배한 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 경제와 기술의 동맹, 상대주의, 인간 중심주의가 결합된 패러다임이 불평등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 생태계 붕괴’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결과이자 현상으로 문제제기를 위한 하나의 모티브다. 교황은 이런 징후를 ‘절박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교회가 앞장서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한다.
교황이 말하는 ‘대화’란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위한 모든 관련자와 당사자들이 만나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올바른 선택으로 나가는 장을 마련하고, 참여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각국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박동호 신부는 교황이 제시하는 대안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며, 이를 위해서 각계 전문가와 당사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하게 밝히는 것과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알리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도 보이듯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교육과 매체의 역할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 종교간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미 기술, 과학 자본은 스스로 권력을 제어할 수 없다.
윤리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영역은 결국 종교 뿐”이라며, 한국 교회가 이러한 대화의 초대에 어떻게 응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회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것인가
교황, “회피를
위한 면허”를 경계하라 주문
박동호 신부는 교황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회피주의 라이센스(면허)’라면서, 한국 교회 역시 각 개인의 선행 실천을 넘어,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우려하는 것은 “선한 일을 몇 가지 하고 난 뒤,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하는 회피주의”라면서, 예를 들어 각 성당이나 교회에서 윤리적인 에너지 사용과 같은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동호 신부는 특히 한국 사회는 시민사회 영역이 약하고 다수의 개인과 중앙집중적 정부의 구도로 형성됐기 때문에, 자칫 개인의 소박한 선행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구조 유지에 도움이 되는 알리바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측면에서 각 성당의 윤리적 실천이 중요하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라면서, “교회는 사회 안에서 좋은 구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교회가 신자들에게 알리바이만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이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공동체가 삶의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회의하고 성찰하도록
이끌어야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대화에 초대하는 것
박동호 신부는 한국 교회가 해야 할 과제를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현재 사회의 흐름이 왜 지속가능하지 않은가에 대한 실증자료를 확보하고 끊임없이 알리는 것으로, 이는 곧 ‘복음의 기쁨’에 따르면 시대의 징표 가운데 악한 영의 움직임을 고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리를 증언하는 것으로,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공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핵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에 대해 경제와 정치 논리가 아닌 신앙의 언어로 무엇이 옳은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박 신부는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다양한 입장을 존중하되, “인류의 미래, 생명의 존엄, 공동선, 가장 약한 이들이 겪는 고통”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박동호 신부는 이러한 실천은 이벤트성의 간담회는 세미나 차원이 아니라 “사실, 진리를 바탕으로 회의하고 성찰하는 장을 끊임없이 마련하고 초대하는 것이며, 교회가 하나의 매체,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면서, “교회는 이를 위해서 비난과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호 신부는 한국 교회가 회칙을 수용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회칙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제대로 식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사회 회칙은 현재 세상에 절박한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왔다면서, 회칙에 대한 시선을 어떻게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동호 신부는, 문화적 혁명,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한 회칙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두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회칙이 범지구적으로 작용한 지난 2세기 동안의 패러다임을 성찰한 만큼, 한국 사회가 지난 몇 십년 동안 겪은 패러다임의 문제를 함께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면서, “정평위 뿐만 아니라 환경사목, 노동사목 등 다른 사목 분야 그리고 신학자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대화하고 포괄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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