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파치피쿠스(또는 파치피코)는 안토니우스 디비니와 마리아 브루니의 아들로서 세례명은 가롤루스 안토니우스(Carolus Antonius)였다. 다섯 살 때에 양친을 잃은 그는 거칠고 난폭했던 외삼촌댁에서 자랐다. 외삼촌은 그를 마치 하인인 양 마구 다루었으나 어린 파치피쿠스는 17세가 될 때까지는 오로지 참기만 하였다.
1670년 그는 포라노에 있던 작은 형제회에 들어가서 파치피쿠스라는 수도명을 받았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그는 25세 때에 사제가 되었으며, 회원들에게 2년간 철학을 가르치다가 인근 마을이나 교회가 없는 곳을 골라 선교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강론은 지극히 부드럽고 단순했으므로 청중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넉넉하여 많은 개종자를 얻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재앙으로 인하여 그는 눈이 멀고 말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리조차 불구가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오로지 기도와 보속에만 전념하다가 운명하였다.
특히 그는 사보이아(Savoia)가 터키인들을 무찌르고 승리한다는 예언을 적중하여 큰 공경을 받았고, 또 미사 중에는 자주 탈혼에 빠졌는데 가끔 탈혼 상태가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1786년 8월 4일 교황 비오 6세(Pius VI)에 의해 시복되었고, 1839년 5월 26일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Gregorius IX)에 의해 시성되었다.

“헤로데는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듣고 당황하였다.”
헤로데는 예수께서 하신 일에 대해 듣고 당황합니다.
당황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할 때 어리둥절해 하고
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하기에 그래서 보통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거지요.
그런데 뜻밖의 일이라고 하여 모든 일에 당황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예를 들어 뜻밖의 좋은 일, 그러니까 바라던 일이 갑자기 이루어지면
그때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두 경우 다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은 같지만
원치 않은 일이 갑자기 닥치면 난처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고
원하는 일이 갑자기 닥치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게 다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당황한다는 것은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이기에
당황치 않으려면 원치 않은 안 좋은 일에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일을 당해도 담담한 것인데
최악의 경우도 각오를 하고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담담할 것입니다.
각오란 마음의 준비이기 때문입니다.
당황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대처는 냉정해지는 것입니다.
각오가 마음의 준비라고 한다면
냉정이란 요동치는 감정을 누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원치 않은 일이 갑자기 생길 때는 이성이 앞서도록
우리의 감정이 준동치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은 보통
일시적인 이성의 마비에서 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가장 안 좋은 일에 대한 각오도 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도 냉정할 수도 있다면,
어떤 안 좋은 일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예방인 각오와 사후약방인 냉정이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저의 경우 각오는 잘 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보통 냉정함으로 안 좋은 일에 대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끝기도 때 매일 이런 기도를 합니다.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그런데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를 매일 하지만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겁니다.
또, 갑자기 중풍이 올 수도 있다고 마음 준비를 하려고 하지만
참으로 그것을 기꺼이 맞이할 각오가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쳐도 냉정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만
어떤 안 좋은 일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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