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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특별 희년] (3) 순례와 전대사

dariaofs 2015. 12. 17. 07:00
순례길 걸음마다 자비와 은총이


▲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아 성문에 들어가려고 몰려든 바티칸 순례객들. 【CNS】



“성년에 하는 순례는 특별한 표징입니다.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길을 가는 순례자입니다. 모든 이는 로마나 세상의 다른 곳에 있는 성문을 향하여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를 하여야 합니다.

 

… 순례는 회개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문을 지나가면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싸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하시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힘써 노력할 것입니다” (「자비의 얼굴」 14항).

순례는 성년의 ‘특별한 표징’

자비의 희년을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순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성년의 ‘특별한 표징’이라며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의 길에 나서라고 권한다.

어떤 사람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있는 자비의 문을 지나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순례하기 위해 로마로 순례를 떠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다지 멀지 않은 주교좌성당이나 교구장이 지정한 순례지 성당에 찾아가 전대사의 은혜를 청할 것이다.

 

로마든 자신이 속한 주교좌성당이든 중요한 것은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순례는 세속을 떠나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 회심하고, 마침내 변화된 모습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번 희년뿐 아니라 2000년 교회 전통 안에서 자리 잡은 모든 형태의 순례가 모두 그렇다.

순례는 세속적 삶의 안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원의가 있어야 한다. 또 농부가 봄 농사를 위해 겨우내 얼었던 땅을 갈아엎듯이, 돌같이 굳은 마음을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에제 36,25-27)으로 바꾸고자 하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주님 말씀과 신앙의 진리가 살아 숨 쉬는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이 참다운 순례다.

교황은 자비의 희년 순례가 특별히 회개의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고, 나아가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면 회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순례 사목에 종사했던 이탈리아의 카를로 마차 신부는 저서 「순례 영성」에서 “순례를 떠나는 이는 깊은 영적 변화와 내적인 악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며 순례를 회개 여정을 가르쳐주는 길이라고 정의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탕자의 마음으로 희년 순례길에 오를 것을 권한다.

 

 “탕자가 아버지 집을 향해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걸으며 인생이라는 나그넷길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성지에 이르면 헐벗은 거지꼴로 돌아온 탕자를 향해 달려가서 목을 끌어안고 반가워하시는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사(大赦), 곧 그동안 지은 죄에 따른 벌을 완전히 벗겨주는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10월 16일 자비의 희년 맞이 대강연).

순교 성지가 많은 서울대교구와 수원교구, 대전교구 등은 이런 취지로 성지 여러 곳에 희년 순례지 성당을 지정했다. 순교 성지에는 되도록 천천히 걸어서 가는 게 좋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는 순례자들처럼 말이다.

 

그래야 신앙 선조들의 죽음과 아울러 이 땅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히브 13,14)이 없다는 진리를 묵상할 수 있다. 이 진리 앞에서 자신의 길든 습관, 소유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벗어 내려놓으려면 느리게 걸어야 한다.

전대사의 은총을 얻으려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희년의 은총 중 하나다. 대사는 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아도 지은 죄에 따르는 벌은 남아 있는데, 그 잠시적 벌(잠벌, 暫罰)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번 희년에 대사를 받으려면 교황 권고대로 회개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의 표시로 주교좌성당이나 교구장 주교가 지정한 성당들, 또는 로마의 4대 대성전에 있는 성문으로 순례해야 한다.

자비의 문이 열려 있는 순례지와 전통적으로 대사를 얻도록 지정된 희년 성당에서도 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때 고해성사를 보고 성찬례에 참여하며 자비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사 거행과 더불어 반드시 신앙 고백을 해야 한다.

교황은 병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성문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도 대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하느님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기에 감옥에 갇혀 있는 수인조차도 하느님 자비에서 제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질병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 안에서 주님께서 가까이 계시다는 체험을 한다면 그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라도 미사 성제와 공동 기도에 참여하면서 믿음과 희망으로 이 시련의 때를 살아가는 것도 그들이 희년 대사를 얻는 방법이 됩니다.

 

수인은 감방 문지방을 넘어갈 때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기도를 드린다면, 그 또한 성문을 지나가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대사에 관한 교황 서한).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