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6년 1월 10일 다해 주님 세례 축일

dariaofs 2016. 1. 10. 04:30

 

                                                              (루카 3,15-16.21-22)

 

 

<세례>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1-22)"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에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세례를 받으신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세례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겸손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요한의 세례를 인정하신다는 뜻으로,
아버지와 성령과 요한으로 하여금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증명하게 하기 위해서,
세례의 물을 축성하기 위해서,
유대교의 세례를 폐지하고 당신의 세례를 세우기 위해서, 등으로 해석합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분명 천사들을 보살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보살펴 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히브 2,16-1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일은,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신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우리가 있는 위치로 내려오신 일.)

 

복음 말씀의 본문을 보면,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있을 때에"입니다.
실제로 '온 백성'이 요한의 세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또 요한의 세례가 완전히 마무리 된 다음에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아니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뒤에도
요한은 감옥에 갇히기 전까지 한동안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요한 3,23).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뒤에 기도를 하셨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세례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해도 되는 예식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어야 하는 '헌신'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베드로 1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1베드 3,21)."
이 말은, 세례는 단순히 형식적인 예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일이고,
구원받기 위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하늘이 열리며" 라는 말은
하느님의 계시가 내리는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평소에는 하늘이 닫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예수님 위에 내리셨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성령을 받으셨음을 사람들이 목격하고 인간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성령이 비둘기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을 받으시는 모습을 보고
아마도 사람들은 비둘기가 날아와서 앉는 모습을 연상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한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신 분이기 때문에(요한 1,1)
예수님께서 성령을 안 받은 상태로 지내시다가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은 아닙니다.
또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 성령을 받아야만 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성령이 내리고 하느님의 음성이 들린 일은
사람들을 위한 계시로 해석됩니다.
(일종의 시청각 교육 같은 것.)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신 뒤에 무슨 기도를 하셨을까?
아마도 앞으로 하시게 될 일들에 대해서
아버지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셨을 것입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바치신 기도는 안 나오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는 뜻입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하느님께서 직접 확인해 주시는,
또는 직접 선언하시는 말씀입니다.
겉으로는 예수님께 하신 말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메시아가 되셨음을 선언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원래 메시아이신 분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메시아가 '되신' 분이 아니라, 원래 메시아이신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에도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루카 9,35)."
여기서 하느님 말씀의 뜻은,
"예수는 메시아이니 메시아의 구원을 받으려면 예수의 말을 들어라."입니다.
즉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있는 위치로 내려오신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인데,
이것은 구원 사업의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를 데리고 올라가셔야 구원사업이 완성됩니다.
우리 쪽에서 표현한다면,
"세례를 받는 것은 구원의 시작일 뿐이고,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가야 구원이 완성된다."입니다.
(세례성사는 졸업식이 아니라 입학식입니다.)

 

'끝까지' 라는 말에서 바로 떠오르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신앙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속 한가운데에서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종 목적지를 잊지 말고 끝까지 견뎌야 합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송영진 모세 신부(전주교구 상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