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성 의 향 기

무명(無名)의 순교자 앞에

dariaofs 2019. 9. 13. 18:10

    * 무명(無名)의 순교자 앞에 * 오래 전에 흙 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은 이제 내게 와서 살아 있는 꽃이 됩니다. 당신이 바라보던 강산과 하늘을 나도 바라보며 서 있는 땅 당신이 믿고 바라고 사랑하던 님을 나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민들레가 되고 싶은 이 땅에서 나도 당신처럼 남몰래 죽어 가는 법을 잊혀지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박해의 칼 아래 피 흘리며 부서진 당신의 크 사랑과 고통이 내 안에서 서서히 가시로 박혀 나의 삶은 아플 때가 많습니다. 당신을 닮지 못한 부끄러움에 끝없는 몸살을 앓습니다. 당신을 통해 님을 더욱 알았고 영원의한 끝을 만졌으나 아직도 자주 흔들리는 나를 조용히 붙들어 주십시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거룩한 순교자여 오래 전에 흙 속에 묻힌 당신의 침묵은 이제 내게 와서 살아 있는 말이 됩니다. - 이해인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