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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가톨릭] “천사 같은 사람인데” 중국인 제주 신도 살해 '침통한 성당'

dariaofs 2016. 9.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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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진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 지하에 고인을 위한 빈소가 마련됐다. ⓒ제주의소리

인, 성당서 헌신과 봉사의 상징 ‘빈소 마련’...유족들 부검 반대 ‘수사기관 현장서 검안 진행’

성당 안에서 중국인에게 흉기에 찔린 김모(61.여)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8일.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성당 안에는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의 남편 이모(64)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유족들은 침통해했다. 성당 신도 100여명도 성당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슬퍼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씨의 큰아들 이모(36)씨는 “너무 슬프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하루종일 빈소를 지키며 가족, 신도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


김씨의 남편과 30년 지기 친구이자 고교 동창인 박모(64)씨는 “사망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성당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고인은 성당에서 누구보다 봉사에 앞장서고 자신을 헌신하며 약자를 도왔던 사람”이라며 “30여년 알고 지내면서 단 한번도 흠결을 보이지 않았던 천사같은 분”이라고 비통해했다.


현장에서 만난 신도들도 한 목소리로 고인을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사건 당시에도 김씨는 오전 11시 혼인성사를 돕기 위해 새벽기도 후 성당 일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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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신도들이 고인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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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이 기도하는 여성을 흉기로 찌르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연동의 성당.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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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8시45분쯤 범행 직후 제주시 연동 모 성당 밖으로 도주하는 피의자 첸씨의 모습이 성당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주의소리

한 여성 신도는 “고인은 성경말씀봉사자 활동 등을 하며 성당 안에서도 봉사에 앞장섰던 분”이라며 “신도들 사이에서도 모범이 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여성 신도는 “기도를 드리는 성당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인 관광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성당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고인을 기리기 위한 눈물의 미사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유족과 주임신부, 수녀, 가족, 신도 등 300여명이 함께해 슬픔을 나눴다.


미사가 끝난후 천주교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도 성당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오후 4시에는 성당 연도회 회원들이 모여 빈소 옆에서 기도회를 올리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날 고인을 성당 지하 빈소에 모시고 입관을 하려 했지만 검찰과 경찰에서 부검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안을 진행하면서 장례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수사기관은 유족들과 협의 끝에 오후 4시쯤 성당을 찾아 직접을 검안을 벌였다. 가해자의 고의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지만 유족측은 끝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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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방검찰청과 제주서부경찰서 관계자들이 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성당 빈소를 찾아 검안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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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긴급 체포된 첸모씨(가운데)가 17일 오후 서부경찰서로 압송되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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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8시40분쯤 범행 직전 제주시 연동 모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피의자 첸씨의 모습이 성당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주의소리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 등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지만 유족의견도 고려해야 한다”며 “검안 후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부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당에서는 18일 지하에 빈소를 마련하고 21일 오전 10시 장례미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발인 장소는 해당 성당이며, 장지는 황사평 천주교 제주교구 공원묘지로 정해졌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45분쯤 이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중 중국인 첸모(51)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과 복부 등을 네 차례 찔렸다.


범행 직후 김씨는 119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루만인 18일 오전 8시20분쯤 과다출혈 등으로 숨졌다.


첸씨는 범행 당일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7시간만인 17일 오후 4시쯤 서귀포시에서 붙잡혔다. 첸씨는 검거 직후 경찰 진술에서 “이혼한 아내가 갑자기 생각 나 살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첸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해당 성당에 여러 차례 방문했던 정황을 잡고 계획적 범죄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호 기자(제주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