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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세계] 58. 초하룻날 - 신은근 신부

dariaofs 2016. 10. 13. 07:03

열왕기 하권 4장에는 예언자 엘리사와 수넴 여자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아들을 잃은 수넴 여자는 엘리사를 찾아가려 한다.


그러자 남편이 반문한다.

‘왜 꼭 오늘 그분에게 가려 하오?

오늘은 초하룻날도 아니고 안식일도 아니지 않소?’(2열왕 4,23)

 

민간신앙에서 초하룻날이 종교적으로 중요한 날이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무엘기에도 초하룻날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하자 다윗은 왕자 요나탄에게 도움을 청한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아버님께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요나탄이 답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겠네.’

‘내일이 초하룻날입니다.

임금님과 식사를 해야 하는 날입니다.


제가 숨어 있도록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1사무 20,5)
유다 왕실에서 초하룻날 특별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고대 근동에서 달신月神은 왕권의 상징이었다.

달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여겨진 초하룻날에는 임금과 식사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이스라엘도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였다.


다만 달신을 자신들의 신앙으로 재해석 했을 뿐이다.

  
이후 초하룻날은 전례에서 중요한 날이 된다.

레위지파는 안식일과 함께 기념했다.

‘레위인은 안식일과 초하룻날에 번제물 바치는 일을 맡았다.’(1역대 23,31)


예언자들도 초하룻날을 중시했다.

다음 구절은 이사야 예언자의 질책이다.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 분향 연기도 역겹다.

초하룻날과 안식일의 축제모임을 견딜 수가 없다.’(이사 1,13)

   
바빌론 유배 이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완공한다.


이후 아무런 방해없이 제사를 드렸는데

초하룻날을 기억하는 제물을 바쳤다(에즈 3,5).


유다인들에게 초하룻날은 안식일만큼 중요했다.

이렇게 볼 때 구약성경도 달신 숭배와 연관을 맺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의 근동세계는 구약성경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달신 숭배가 강했던 지역이다.

이스라엘 인근의 시리아와 팔레스티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다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초하룻날이 축제일로 정착하는 배경이 되었다.


‘너희는 초승과 보름에 나팔을 불어라.

이것이 야곱의 하느님의 법규라네.’(시편 81,4-5)

편에서도 이렇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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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근 신부(마산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