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1. 성경과 전례: 불가분의 관계

dariaofs 2016. 10. 29. 06:30


교우들은 성물들과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집이나 사무실, 공장 등에 새로 입주하면 사제에게 축복(Benedictio)을 청합니다. 하느님의 복인 은총을 기원하는 것은 오랜 교회의 전통이며 교회공동체가 꼭 해야 할 사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독 성경은 이러한 축복을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읽고 들음으로써 은총을 받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그냥 집에 둔다고 복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성경은 읽거나 듣고 묵상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갈 때 하느님의 참된 복을 받게 됩니다.


이 성경이 가장 큰 생명력을 얻는 곳은 바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전례헌장 7항)하는 전례입니다.


그런데, 전례도 성경을 기반으로 형성이 되었고 성경을 통해 활력을 얻습니다. 곧 성경과 전례는 상호작용을 하는 호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이 낭독되고 묵상되는 마당이 전례라고 하면, 전례는 성경으로 인해서 생명력을 얻고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에서 1993년 “교회 안의 성경 해석”이라는 문서를 냈습니다. 이 문서에서 “전례, 특히 성찬례 거행을 그 정점으로 하는 성사 전례는 성서 본문의 가장 완전한 현실화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전례는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고 그리스도 주변에 모인 믿는 이들의 공동체 한복판에 말씀의 선포가 자리 잡도록 해주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전례가 말씀이 선포되는 마당이라는 전례와 (말씀이 선포되는 마당인 전례와) 성경의 핵심적인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이태리(이딸리아) 전례학자인 마르실리(S. Marsili)가 1974년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성경과 전례 사이의 관계를 보다 넓은 지평에서 설명했습니다.


“성경을 통해 읽혀진 사건이 전례에서 실현됩니다. 이렇듯 성경은 전례에서 해석이 지성적인 힘든 연구가 아닌 구원의 역사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항상 구체화 됩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의 ‘성서 본문의 가장 완전한 현실화‘나 마르실리의 ’성경에서 읽혀진 사건이 전례에서 실현‘이라는 표현은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1963.12.4)의 여러 항에서 넓은 의미로 표현되었습니다.


첫째 구약에서 하느님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대화(하시고)와 구원활동을 하였습니다. 전례헌장 5항에서는 하느님은 인간과 지속적으로 대화와 구원활동을 하고 계시는 데, 구약과 신약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셨음을 알려줍니다.


구약에서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히브 1,1)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천사를 보내시고,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시기도 하셨으며 노아의 홍수, 바벨탑 사건, 출애굽 사건을 통해서도 당신의 뜻을 전달하셨습니다.


둘째 신약에 와서는 여러 모양으로 말씀하시던 것이 한 분에게 집중됩니다.


 하느님은 “때가 차 당신의 아들 곧 사람이 되신 말씀을 보내시고 성령으로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고쳐 주도록 육신과 영혼의 의사가 되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제는 하느님도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말씀하시고 우리도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 그리고 청원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늘(항상) 전례기도 말미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합니다.


셋째 구약은 참된 구원, 곧 파스카 신비를 구현하기 위한 준비였다면 신약은 그것이 실현되는 시기입니다.


전례헌장 5항은 “인간을 구원하고 하느님께 완전한 영광을 드리는 이 일은 구약의 백성 안에서 하느님의 위업으로 준비되었으며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특히 당신의 복된 수난과 저승에서 살아나신 부활과 영광스러운 승천의 파스카 신비,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 죽음을 없애시고 부활로 생명을 되찾아 주신 그 신비를 통하여 성취하셨다.”라고 합니다.


넷째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이 하셨던 일을 성령에 충만한 사도들을 통해서 계속합니다. 전례헌장 6에서는 신약 이후의 사도로 이어진 교회시대에서의 구원활동을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그렇게 그리스도께서도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하느님의 아들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사탄의 세력과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고 아버지의 나라로 옮겨 주셨다는 소식을 알리게 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선포하는 구원 활동을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와 성사들을 통하여 수행하게 하셨다.” 곧 예수님은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당신께서 하신 복음 선포와 구원활동을 교회의 전례를 통해서 지속하도록 하였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로마 교우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10,17)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믿음을 고백하는 마당이 바로 교회의 사명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전례입니다.

인간과 대화하시며 구원하시려는 성부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중재자 성자, 그리고 하느님을 지향하게 하며 성자의 뜻에 따르도록 이끄는 성령에 의해서,


말씀은 전례 안에서 교회를 생동하게 하는 원천이 되며 또한 전례는 말씀이 선포되어 이곳에서 지금(hic et nunc) 벌어지는 사건이 되도록 합니다.





윤종식 신부 작성
1995년 서품, 1995년-1997년 불광동본당 보좌, 1998년1월-2008년 6월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전공, 2008년 9월-2010년 8월 화정동본당 공동사목 및 대표주임, 2010년9월-2012년 2월 정발산본당 주임. 2012년 3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전례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