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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성지, 범교구적 차원에서... 신학·역사적으로 접근해야

dariaofs 2016. 11. 7. 07:00



이현태 신부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간사, 청주 연풍순교성지 담당)



최근 도보 순례자들이 부쩍 늘었다. 급증하는 성지 순례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교회의가 10월 10~13일 열린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산하에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10월 29일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간사이자 청주교구 연풍순교성지 담임 이현태 신부에게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의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무엇인가?

소위원회는 외형적인 것보다는 교회 내적 쇄신에 도움 되는 쪽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은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 교구 중심으로 성지 개발이 이뤄졌다.


그런데 이제는 범교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순교 영성을 신자들이 이 시대에 생활화할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내적인 부분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소위원회가 성지 개발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접근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교회 자료, 역사 자료들이 많은데 공동 연구가 되지 않고 있다.


소위원회가 공동 연구의 배경이 됐으면 한다. 또 124위 복자 현양뿐만 아니라 이벽 세례자 요한과 132위 하느님의 종 시복시성을 위한 현양 사업에도 힘써야 한다.

▶도보 순례 열풍, 순례객 증가세를 피부로 느끼는 편인가?

많이 느낀다. 단적인 예로 연풍순교성지에서도 순례책자를 팔고 있는데 1년에 최소 300~400권 정도가 나간다. 다른 성지들까지 생각한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순례한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순례객이 늘어난다는 건 교회의 기쁜 일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

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그냥 확인 도장만 받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기도나 미사 봉헌, 또는 순교터에 가서 신앙을 고백하기보다는 그냥 순례 확인 도장 받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처음엔 도장 받는 걸로 시작했지만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으시더라. 성지순례 문화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그런 전철을 밟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잘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교회의 몫의 아닐까 생각한다.

▶순례하기 좋은 성지를 소개해 준다면 어디인가?

잘 알려지지 않은 성지를 소개하고 싶다. 많이 개발되고 편안한 성지, 아름다운 성지가 아니라 전혀 개발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성지다. 첫 번째는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안동교구 ‘진안리 성지’다.


진안리 성지는 최양업 신부님이 선종한 곳이다. 그런데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냥 이정표만 있다.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앞으로 5년 남았는데 아무것도 없지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최양업 신부님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신자들에 대한 열정을 이곳에서 느끼길 바란다.

또 한 군데는 보은 속리산면에 있는 청주교구 ‘멍에목 성지’다. 이곳은 박경화(바오로)ㆍ박사의(안드레아)ㆍ김종륜(루카) 복자가 생활하셨던 곳이다.


그리고 1827년경 교우촌이 형성됐던 장소다. 최양업 신부님이 세례를 베푼 장소 가운데 유일하게 지명이 밝혀진 곳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순교의 삶은 무엇일까?

우리 신앙 선조들은 하느님을 내 인생의 첫 자리에 모시고 하느님 외의 모든 것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 그 하느님을 위해 목숨 바쳤던 것을 우리는 순교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대가로 목숨을 담보로 한 순교를 요구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순교는 무엇일까. 세상은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그리고 재물을 많이 가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저는 하느님을 그리고 신앙을 제 인생의 첫 자리에 놓겠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 고통이 다가올 때, 위기에 놓일 때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재물에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이 인생의 고통을 통해서 하느님 당신이 누구신지 깨닫게 해주십시오” 하고 하느님께 매달린다면 그것이 바로 영적인 순교, 신앙고백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