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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르포 - 빛과 소금을 찾아서]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 - 황토 소금 제작하는 ‘성 분도 보호작업장’

dariaofs 2017. 1. 2. 04:30

거르고 걸러야 불순물 없는 ‘순백의 결정’ 나와
성 분도복지관 장애인들의 ‘일터’
순도 99.8% 소금 위해 최상급 천일염 굽고 정화
세상의 잡티 닦고 단련하는 신앙인 모습 떠올라




                                                 화로에 굽기 위해 천일염을 황토 항아리에 담고 있다.

소금이 정화되고 순화되는 과정이 마치 그리스도인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세상 속에서 잡티가 묻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시 단련되고 깨끗해진다.

달궈지고 깨지는 과정을 거쳐 본래의 순도를 되찾은 소금. 우리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소금이 다른 사람 뱃속에 들어가잖아요. 까만 거 이런 거 있으면 안돼요.”

투박하지만 정감 어린 말투로 소금을 헤집는 이. 글자 그대로 눈에 불을 켜고 소금을 다루고 있다. 기자의 눈에는 그저 뽀얗기만 한 소금 더미 속에서 용하게도 티끌만한 잡티를 집어 올린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가 운영하는 성 분도복지관 산하 ‘성 분도 보호작업장’(원장 최용근, http://www.bundoboho.com) 안. 한 줄에 서너 명씩 두 줄로 늘어앉은 이들 모두 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할 때 보이는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스테인리스 접시에 소금을 깔고 티스푼으로 뒤적거리며 눈에 잘 띄지 않는 불순물을 찾아낸다.

황토 소금 생산의 막바지 단계다. 이어 잡티까지 제거해 더욱 깨끗해진 소금의 무게를 달아 비닐백 혹은 작은 항아리에 담아 포장한다.



황토 소금을 만드는 첫 과정은 최상급 천일염을 황토 항아리에 넣어 화로에 굽는 것이다. 천일염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화로에 넣고 있다.

황토 소금을 만드는 과정은 최상급 품질의 천일염을 황토 항아리에 담아 화로에 넣는 데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800도의 고열로 10시간 이상 구우면, 온갖 잡성분은 날아가거나 녹아내린다. 그래서 무게는 화로에 들어갈 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을 이끌고 돕는 김나래(율리아) 씨는 “장애 친구들이 소금에 들이는 정성은 놀라울 정도”라면서 “들이는 공과 정성에 비해서 아직 많은 분들이 저희들이 만드는 황토 소금을 알지 못하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 분도 보호작업장’에서는 외부경쟁에 참여하기 힘들고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이 보호 조건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끈다.

또 자체적으로 제품을 가공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직업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천일염의 잡성분을 없애기 위해 800도의 고열로 10시간 이상 화로에서 굽는다.

양슬기(28)씨는 이곳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가마에 한 번 들어가는 소금 항아리들이 50~60개 남짓입니다. 10~15시간을 굽고, 다시 식혀, 열에 의해 굳어진 소금 덩어리들을 자갈 크기로 깹니다. 다시 곱게 간 소금에서 불순물을 골라내고 포장하는 전체 공정은 아무리 서둘러도 일주일은 걸립니다.”

소금을 품고 가마로 들어가는 황토 항아리, 완성된 황토 소금을 담는 항아리도 장애인이 직접 만든다.

이들을 지도하는 정동휘씨는 본인도 성 분도 보호작업장에서 기술을 배웠고, 지적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국가대표가 됐다. 또 2015년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예가로 몇 차례의 개인전도 열었던 최용근(안토니오) 원장은 소금을 다루는 작업과 함께, 흙을 어루만지고 도자기를 빚는 과정도 장애인들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흙을 만지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증도 예방된다고 합니다. 산만하고 두서없이 불안해하던 친구들도 흙을 만지고 빚다 보면 차분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표정도 밝아지고요.”

‘성 분도 황토 소금’은 99.8% 이상의 순도를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짤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오히려 달짝지근한 맛이 더 느껴진다.

우리 몸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순도 높은 소금. 스스로의 몸을 녹여 음식의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깨끗한 소금.

장애를 딛고 서서 새로운 삶을 일구고, 모든 이들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장애인들의 열정은 그러한 소금과 더욱 닮아있다.



                                  성 분도복지관의 장애인들이 화로에서 구워져 나온 소금을 펴고 불순물을 골라내고 있다.



박영호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