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7년 1월 25일 가해 연중 제3주간 수요일(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dariaofs 2017. 1. 25. 00:30



                                                                     (마르 16,15-18)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하나니아스’ 라는 사람에게
바오로 사도에 관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그는 다른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사도 9,15-16).”
이 말씀의 뜻은, “바오로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하도록
내가 직접 사도로 뽑은 사람이다.
그는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입니다.


박해자 사울이 어느 날 갑자기 예수님을 만나고,
그 일을 계기로 사도 바오로로 변화되어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일이라는 것이 우리 교회의 믿음입니다.
여러 가지 의문들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처음부터 사울을 사도로 뽑지 않으셨을까?
그가 교회를 박해하기 전에 먼저 그를 사도로 뽑으셨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왜 다른 사도를 보내지 않고 ‘하나니아스’ 라는 사람을 보내셨을까?
사도들에게 이미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고 지시하셨으면서도
왜 이방인 선교를 맡을 사도를 따로 뽑으셨나?
이런 의문들에 대한 정확한 답을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어떤 하느님의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사도 바오로에 관한 일은 그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그리스도교를 이단 종파나 사이비 종교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 지금 나는 하느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에 대한 희망 때문에,
여기에 서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열두 지파는 밤낮으로 하느님을 열렬히 섬기며
그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사실 나도 한때 나자렛 사람 예수님의 이름을 반대하여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예루살렘에서 하였습니다(사도 26,6-10).”
바오로 사도가 처음에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던 것은
예수님을 가짜 메시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하느님을 열렬히 섬기려면
가짜 메시아를 믿는 종교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는데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고 나서
자기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기가 들은 예수님 말씀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자, 일어나 바로 서라.
내가 너에게 나타난 것은 너를 종으로, 그리고 네가 나를 본 것과
또 내가 앞으로 너에게 나타내 보일 것의 증인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다.
나는 너를 이 백성과 다른 민족들에게서 구해 주겠다.
이제 내가 너를 그들에게 보낸다. 그들의 눈을 뜨게 하여,
그들이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느님께로 돌아와 죄를 용서받고
나에 대한 믿음으로 거룩하게 된 이들과 함께
상속 재산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사도 26,15-18).”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직접 바오로 사도에게 하신 말씀일 수도 있고,
예수님을 만났을 때 예수님의(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얻은
바오로 사도 자신의 깨달음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이며 온 세상 모든 민족을 구원하시는 분이라는 것,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세력은 어둠과 사탄의 권세라는 것,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어야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체험은 그 자신과 그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습니다.
“그래서 아그리파스 임금님, 나는 하늘로부터 받은 이 환시를
거역하지 않았습니다(사도 26,19).”
(여기서 ‘환시’는 ‘계시’로, “거역하지 않았습니다.”는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로
바꿔서 번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기가 들은 예수님 말씀을, 또는 그 만남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을
하느님께서 직접 내려 주신 ‘계시’로 믿었습니다.
여기서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는
자유의지를 잃고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만 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계시가 진리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 계시만 따르기로 결심했다는 뜻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회심’한 뒤의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필리 3,7-11).”
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을 믿고, 사도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첫째, 그 자신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 둘째,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긴다.”
라는 말을, “그리스도를 믿게 된 후에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쓰레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것들을 모두 버렸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말에서 예수님의 다음 말씀이 연상됩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바오로 사도는 사도가 되기 전에는
유대 사회에서 기득권층에 속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필리 3,5-6),
그는 한 번 길을 나서자 모든 것을 버리고, 전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곧장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쓰레기’ 라고 표현한 것들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쓰레기일 뿐이라는 것을 묵상해야 합니다.
세속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

그것들이 무엇이든지 간에,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그런 것들은 모두 쓰레기일 뿐입니다.
‘영원한 것’을 얻기를 바란다면 쓰레기들은 깨끗이 버려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전주교구신풍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