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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연 원장의 병원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성 요셉상, 마리아상과 각종 성물들. 이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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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6월 김연아(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선수의 세례식에 함께한 조성연(앞줄 오른쪽) 원장. 조성연 원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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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을 묵묵히 실천하며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를 만났다. 국내 스포츠 의학의 선두주자로 하느님께 절실하게 매달리면 열어주신다는 믿음 하나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환자를 하늘처럼 돌보는 하느님의 병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비신자 교리반도 열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하는 선교사, 하늘병원 조성연(요셉) 원장이다.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해 보듯 내일을 좋게 살고 싶다고 한다.
자신의 꿈인 해외 선교 병원 설립을 준비하며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모든 것을 맡긴다. 우리 시대 아름다운 신앙인이다. 인터뷰 내내 해맑은 소년처럼 웃음을 짓고 때론 눈물을 보이며 삶과 신앙을 이야기했다.
서종빈 기자
▶스포츠 재활 전문 병원인데요, 스포츠 의학은 무엇인가요.
스포츠 의학은 여러 의학이 통합된 분야이고요. 초기에는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기량 향상을 위해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일반적인 질환의 운동 치료와 운동 재활, 또 운동으로 인한 모든 상해와 관련된 내과 질환을 다룹니다.
뇌졸중, 뇌출혈, 심장마비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학문입니다. 될 수 있으면 수술을 하지 않는 쪽으로 연구하고요. 치료 방법도 운동 원리를 이용하지만,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하는 학문입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정신 건강도 중요하지 않나요.
똑같은 환경과 능력을 갖춘 선수라도 주변의 코치진과 보호자들의 역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특히 부상을 당한 후 슬럼프를 겪을 때 정신력에 따라 회복 기간과 회복 후 기량도 달라집니다.
국가 대표팀 주치의를 10여 년간 했는데 국가 대표들이 겉으로 보면 건강해 보이는데 검사하면 문제가 많습니다. 선수들한테 사실 그대로 다 이야기를 해주면 굉장히 위축돼 운동을 못 합니다.
그래서 치료와 재활만이 아니라 보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스포츠 의학을 하는 의사의 자세인 것 같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경기에 나가야 할 때 주치의의 마음은 어떤가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데 선수가 그동안 해온 노력과 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하는 게 매우 어렵죠.
부상만 치료하기 위해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더 나빠질 위험이 있는데 경기에 그냥 참가해도 된다고 말할 수도 없고요. 대회의 중요도가 고려 사항이죠.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선수인데 감독이 경기에 내보내려고 할 때 갈등은 없나요.
주치의로서 거의 매일 겪는 일인데요, 처음에는 너무 속상했는데 입장을 조금 바꿔서 생각하니 이해가 됐습니다.
자식처럼 키워온 선수가 금메달이나 입상을 앞두고 있는데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 그 심정은 오죽할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의사 입장에서 돌아보면 굉장히 안타깝죠.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주치의를 하셨는데, 신앙으로 인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연아 선수는 심성이 착하고 실력과 체형이 성공할 수 있는 피겨 스케이터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당 다니자’라고 한 적은 없고요. 성당 다녀보면 좋겠다고 하던 차에 이승철 신부님과 교리 공부를 한 후에 하늘병원에서 세례를 받게 됐습니다. 연아는 스텔라로, 어머니도 같은 날 안나로 세례받았습니다.
▶하늘병원에 예비신자 교리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직원들을 위해서 교리반을 마련했지요. 신부님을 치료하던 치료사에게 신부님이 교리를 해주신 게 계기가 됐고요.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세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일부러 가톨릭 신자를 채용하는 것은 아닌데 직원의 대략 절반 정도가 신자인 것 같습니다.
▶전교를 위해 어떻게 다가가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기뻐야 합니다. 자신이 기쁘지 않으면 남에게 전파할 수 없을 것 같고요, 자신이 정말 좋으면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내가 좋으니까 같이 하자, 이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복음 말씀은 기쁜 말씀이잖아요. 또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하라는 것을 하면 그 길이 가장 쉽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 같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하신 말씀처럼 하느님과 멀어지면 좀 슬퍼진다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신앙인으로 살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요.
사람들이 힘든 것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더 힘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 더 힘든 것도 없는데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만을 너무 생각하는 게 자신을 제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조금 내려놓을 때 그때가 제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앙 생활하면서 하느님과 함께한다는 것이 참 기쁩니다.
▶어떤 의미로 ‘하늘병원’이라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병원 할 때 갑자기 개원하게 돼서 돈도 별로 없고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고 인도해 주시리라고 믿고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병원이라는 마음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병원에 성경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요즘은 못 하고 있고요. 예전에 어머님께서 성경 공부 지도자 과정을 하셨기 때문에 직원들과 성경 나누기를 희망하셔서 했었는데요. 지금은 너무 연로하셔서 못 하고 계십니다.
어머님은 신앙심이 깊으시고 어릴 때 성경을 많이 읽어주셨습니다. 성경 이야기 한 번, 조선 시대 왕비 이야기 한 번씩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셉 성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 세례명도 요셉으로 했습니다. 요셉 성인의 가난한 모습을 닮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노력해야죠.
▶병원을 운영하는 신앙인으로서 아쉬운 점은 없는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 많이 못 하고 고해성사 자주 못 보는 것이 아쉽고요. 가톨릭 서적이나 주보를 편하게 읽고 싶은데, 바빠서 많이 보지 못합니다. 조금 더 봤으면 하는 게 제 희망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하느님께 어떻게 다가가시나요.
힘들 때는 주로 묵주기도를 하고요. 평상시보다 조금 많이 합니다. 기도는 진심이 담겨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절실하게 매달리면 열어주신다고 하셨으니 믿는 마음으로 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하느님을 믿는 마음, 들어주실까, 안 들어주실까, 이런 마음보다는 확신에 찬 마음, 뒤돌아보지 않는 마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면서 삶의 지침으로 삼는 성경 구절이 있는지요.
대학교 때 ‘손해 보는 듯 살아라, 내일이 좋게 살아라’는 강론 말씀을 들었는데, 30여 년 동안 그 말씀으로 살고 있습니다.
손해 보는 듯 살아도 슬퍼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사실 손해 보는 게 아닐 때가 많더라고요. 부부, 자식, 친구 사이에서 손해 보는 듯 살면 다툼도 좀 줄고요. 나도 남에게 손해를 끼칠 때가 있을 텐데 잘 모르잖아요.
성경 말씀 중에는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하는 말씀을 좋아합니다.
▶아직 실현하지 못한 꿈이 있으신가요.
계획은 항상 머리와 마음속에 있지만 결정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신데요, 꿈이 하나 있죠. 해외에 선교 병원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해외에 스포츠 의학을 하는 선교 병원을 세우고 신부님과 주교님이 허락하시면 선교학교(missionary school)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준비는 계속 조금씩 하고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그게 실현될지는 하느님 계획 안에 있겠죠.
▶나른한 봄날인데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쪼개서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전후로는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게 좋고요. 스트레칭만 하면 지루하니까 걷거나 간단히 몸을 돌려도 되고, 자전거를 5분 정도 타도 준비 운동이 됩니다.
또 앉아서 일을 많이 해서 손목터널증후군이 굉장히 많이 오는데 이럴 때는 손목을 뒤로 잡고 팔꿈치를 쭉 펴주는 운동이 좋고요. 목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목 뒤로 깍지를 끼고 팔꿈치를 펴주면서 고개를 지긋이 숙여주는 게 좋습니다.
또 허리 통증의 경우 노화로 약해진 경우는 허리를 숙이는 게 좋고요. 디스크인 경우는 반대로 제쳐 주는 게 좋습니다. 균형이 깨져서 오는 통증도 있는데 이럴 때는 턱걸이 운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삼종기도 후 하루 운동 세 번 하기를 실천하면 어떨까요.
굉장히 좋은 생각입니다. 운동요법 중에 명상 운동이라는 게 있는데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문제가 생깁니다.
잠을 자야 할 때 못 자니까 불면증이 오고 활동하는 낮에 아프고 집중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이럴 때 가장 좋은 게 명상 운동이고 묵상도 굉장히 좋습니다.
아침에는 기지개를 켜는 것만으로도 운동 효과가 있고요. 점심때는 걷기나 계단 오르기를 추천하고요. 저녁에는 묵주기도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용기의 메시지 부탁합니다.
당장 힘든 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계획을 짜보라고 하고 싶어요. 인생이 꼭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계획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다 계획이 있잖아요. 내 인생의 짧은 계획표, 긴 계획표 모두 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할까요.
‘리더’라면 우선, 모범이 되어야겠죠. 어느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톨릭 신자는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법도 잘 지켜야 하고 양심적이어야 하고.’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심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바로 리더가 아닐까요.
방송 시각
TV : 11일 오후 7시, 12일 오후 11시, 13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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