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죽음 넘어선 부활을 사는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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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작 ‘그리스도의 부활’, 1460년쯤. 출처=가톨릭굿뉴스 |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로마 15,3-5)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내용으로 그리스도의 부활과 죽은 이들의 부활을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는 내용은 이미 말한 것처럼 믿음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케리그마, 46회 참조)
바오로 사도는 이 모든 것들이 성경 말씀대로, 이미 약속된 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바오로 사도의 첫 번째 말씀입니다. 그 역시 믿음의 내용을 전해 받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삶과 부활의 첫 목격자들이 전하는 내용은 세대에서 세대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고 또 그것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것을 ‘전승’(傳承, tradition)이라 부르고 때로는 거룩한 전승이라는 의미에서 ‘성전’(聖傳)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해, 특별히 믿음의 내용을 전해 주는 방식은 기록된 성경과 전승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시의 두 원천’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성경과 교회를 통해 전해지는 전승을 통해 신앙의 유산을 전해 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계시 종교’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신앙인에게 주어진 구원의 은총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합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로마 15,20-22)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이들에게 드러나고 그들 역시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합니다. 이것을 위해 바오로 사도는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첫 인간인 아담은 그의 죄로 인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고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담의 모든 후손은 죄의 결과인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렇게 아담의 죄로 인간이 죽을 운명에 처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부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아담이 지은 죄의 결과처럼 모든 이들에게 미치는 결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러한 비교법을 ‘형태론’이라고 부릅니다. 한 명을 통해 행위의 결과가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바오로 사도의 표현법입니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15장 전체는 부활에 할애된 장입니다. 부활은 우리 믿음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바오로 사도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부활한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부활은 단순한 믿음의 내용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구원의 은총입니다. 그에게 믿음을 갖는 것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것은 죽음을 넘어서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으로 끝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 안에서 죄를 짓지 않고 주님을 따르는 윤리적인 삶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부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로마 15,19)
용서하고 주님과 화해하는 시간
바오로 사도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은 마치 아담이 죄를 짓기 이전의 상태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죄를 용서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사건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구원을 위한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그는 또한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은 구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이제 죽음이 아닌, 부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권고합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죄를 짓지 마십시오.”(로마 15,34)
<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